그동안 레이저프린터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온 삼보컴퓨터와 한국HP가 공급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관계에 이상조짐이 일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한국HP가 자사에 공급하는 레이저프린터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해 판매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HP는 삼보컴퓨터에 적용하는 공급가가 정상적으로 책정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보컴퓨터는 최근 들어 레이저프린터 공급가를 다시 조정하는 방안을 한국HP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HP와 레이저프린터 제휴관계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 96년 삼보컴퓨터와 한국HP 두 회사는 레이저프린터 판매확대를 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트라이젬/HP 페이저젯」이라는 공동브랜드 상품을 삼보컴퓨터 대리점에서 판매하기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같은 제휴에 따라 삼보컴퓨터는 HP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한국HP는 전국 3백50여개 삼보대리점을 이용, 유통망을 크게 보강해 매출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보컴퓨터가 판매한 HP의 레이저프린터는 8천대밖에 되지 않는데다 올들어서도 월평균 판매량이 몇백대 수준에 그쳐 이들 두 회사가 당초 기대한 판매물량에 크게 밑돌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이같은 판매부진의 결정적인 요인이 높게 책정된 가격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한국HP의 레이저프린터를 OEM방식으로 공급받는 전략적 파트너인데도 한국HP가 자사 총판에 공급하는 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 제품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삼보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부적절하게 적용된 높은 공급가로 인해 적정마진을 확보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없는 데다 한국HP가 동일한 레이저프린터를 삼보컴퓨터 제품보다 저가에 시판하고 있어 공동브랜드 제품 판매에 대한 특별한 이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HP는 『삼보컴퓨터가 레이저프린터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것은 가격보다는 레이저프린터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활발한 마케팅이나 판촉활동을 펼치지 않으면서 레이저프린터 사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삼보컴퓨터가 가격조정을 요구해오면 재협상할 용의는 있다』며 『그러나 레이저프린터 엔진의 경우 HP가 일본 캐논사에서 1차적으로 OEM 공급받은 제품을 삼보컴퓨터에 다시 OEM하기 때문에 가격조정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삼보컴퓨터가 최근 잉크젯과 도트프린터에 대한 영업권을 일본 엡슨에 매각한 데 이어 한국HP와의 전략적 제휴가 파국을 맞을 경우 국내 레이저프린터 시장을 주도해온 두 회사 모두 레이저프린터 사업에 치명타를 입어 올해 레이저프린터 시장에 판도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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