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업 가운데 부처간 공조협의가 없어 중복투자가 이루어지는 사례가 이외로 많다는 데 놀랐다.』
우리나라의 경제, 정보통신, 과학분야의 의정을 책임지고 있는 장영달 국민회의 제2정조위 위원장의 말이다.
국가정보화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또 우리나라에 국한된 사실도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사례에서도 부처간, 유관조직간 이기주의 내지 패권주의는 곧잘 정보화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를 희석시키는 경우가 잦다.
『국가단위의 정보화노력은 향후 국가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대다수의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성공을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경험과 추진전략을 확보하고 있지 못해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얼마나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국가정보화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정통부 이성해 정보화기획실장)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부처별 정보화와 지방자치단체의 개별적 정보화가 상호 협력, 공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부처간 주도권싸움이나 지역 이기주의적 발상에 의해서 정보화가 이루어진다면 막대한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지역간, 부처간에 정보를 공동 활용할 수 없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정보화는 지역의 균형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소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화 모델을 개발해 전 기초자치단체에 보급함으로써 지역간 행정 서비스의 편차를 없애고, 정보의 상호 제공이나 상호 활용을 위한 기술적, 행정적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정보화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초기에만 투자가 필요한것은 아니다. 초기 투자가 10이라면 그를 유지, 관리하고 개선, 보완하기 위해서 40정도의 투자가 지속되야 한다. 따라서 무분별한 개별시스템의 구축은 막대한 투자비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보데이터,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망, 전문인력 등의 정보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한국전산원 최성모 정보화연구실장)
따라서 향후 모든 정보화계획은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투자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원스톱서비스를 위해서는 부처별로 이미 개발된 것이라도 상호 연계를 통해서 정보를 공동 활용할수 있도룩 해야 한다. 일례로 주민등록사항은 모든 부처뿐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도 활용하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부처간에 상호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면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을 발급하도록 국민에게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신고도 1회로 대처할 수 있어 국민생활의 편의는 물론 행정효율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철수 전 한국전산원장은 『국가정보화 해외실패 사례를 보면 시스템의 호환성 문제와 정책집행의 지연 등으로 인한 경제적 요인이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또 정보화정책의 결정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조직간의 합의와 협력을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또 집행단계에서는 정치목표를 보다 구체화하여 정책담당자들이 뚜렷한 방향감각을 갖도록 하는 한편 업무분담과 역활분담을 분명하게 해 조직간의 이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평가단계에서는 정책성과에 대한 논의가 분명히 이루어져 실패와 성공의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가 뒤따르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평가방법이나 기법의 개발도 병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0년간 국가사회정보화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재원과 노력을 투자해왔다. 물론 아직 이에 대한 확실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IMF라는 국가대란을 맞으면서 막연한 기대나 의욕 만으로 재원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상황도 이제는 아니다. 부처간 힘겨루기식의 비효율적인 방만한 투자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재원과 노력이 투입된 정보화사업의 성공 및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에 기초한 합리적인 투자효과 분석이 필요하고 또 이를 근거로 투자해야만 국민들의 호응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무(부처정보화)가 아닌 숲(국가정보화)을 보는 시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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