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준」은 젊음을 무기로 내세운 영화다. 「테크노 영화」 「젊은 영화」 등 다양한 수식어가 말해주듯 영화를 털면 부딪히고 충돌하는 젊음에 대한 강박관념의 코드가 우수수 쏟아질 듯 하다.
그러나 「바이 준」에 그려진 젊음은 건강하고 당당한 젊음이 아니라 지친 젊음에 대한 「눈물로 쓴 회고록」이다. 어느덧 술과 마약,섹스,임신과 낙태는 방황하는 20대가 사회를 향해 내뱉는 유일한 자기학대의 표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젊음의 고뇌를 드러내는 언어와 영상은 최호 감독의 자신만만한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의 「젊은 언어」 「젊은 영상」은 자유롭지만 잔혹하고 거침없이 관객을 향해 공격한다. 그러나 그 고통과 절망의 이미지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상투적이고 치기 어린 허위의식처럼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왕가위의 감수성에 대한 모방과 결론은 우리에겐 이미 낡은 이야기가 돼버린지 오래다. 그리고 똑같은 「젊음의 통과의례」가 마치 「스크린의 통과의례」처럼 반복된다. 젊은이들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왜곡된 모습이며,청춘을 훌쩍 넘어선 이들에겐 스크린에서 더이상 흥미를 느낄 수 없는 「포장된 젊음」의 단상이다.
준과 도기,그리고 준의 여자친구 채영. 세사람은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한다. 도기와 채영에게 인터넷과 테크노 사운드에 빠져사는 준의 모습은 자신들에게 던져진 열아홉의 고통 속에서 자유를 주는 유일한 탈출구와 같다. 그러던 어느날 불의의 화재로 준이 죽고,새까맣게 타버린 준의 모습과 함께 채영과 도기는 그토록 기다리던 20대를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속에서 맞이한다. 시간이 흐르고 고통의 공감대를 가진 채영과 도기는 어설픈 연인사이가 되어있지만 여전히 준의 환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채영에게 도기는 항상 준의 「대타」일 뿐이다. 대마초를 피우고 친구들과 술파티가 끝난 후,채영은 도기와 마침내 성인 신고식을 치른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임신과 낙태. 이 끔찍한 과정을 통해 채영과 도기는 마침내 준의 환영을 버리고 진정한 성인이 된다.
기대감을 갖게 하는 새로운 얼굴과 영화의 또 다른 언어로서 음악에 대한 선곡은 「바이 준」을 이끌고 있는 힘이다. 그러나 집요하리만치 계속되는 동어반복과 일탈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은 일관성이라는 영화적 장점을 뛰어넘어 관객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고 만다. 더 이상 감각만이 신세대의 무기가 될 수는 없다. 「바이 준」은 젊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감각만으로 채워진 한편의 영화가 얼마나 긴 인내를 요구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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