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홀로그램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홀로그램은 비디오 불법물 유통방지를 위해 각각의 프로테이프에 부착하는 스티커로 일부 제작사들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자사 상품에 부착해 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한국비디오제작사협의회(제협)과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영유협)가 각 단체의 회원사들에게 양 단체가 발매하는 홀로그램(2장)을 부착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그 배경 및 실효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당초 2월 중순경 이같은 계획을 세워 3월부터 전격 시행하려 했으나 몇몇 국내 비디오 제작사들만이 이같은 방침을 수용해 이들 단체가 발행한 홀로그램을 부착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업체들이 반발하자 본격적인 시행 시기를 4월1일로 한달 늦추고, 각 업체들에게 자신들의 방침에 따라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협과 영유협이 내세우는 홀로그램 공동발매의 취지는 불법물 유통방지를 통한 시장정화. 부수적으로는 주요 비디오 제작사들의 유통량을 통합해 집계할 수 있는 효과도 예상된다.
그러나 두 단체가 갑작스레 홀로그램 공동발매를 추진하는데 대한 관련업계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씨네시티 영화마을(대표 박상호)를 비롯한 비디오 대여점주들은 『제협의 비디오 판매가격 인상을 묵인하는 대가로 영유협이 홀로그램 발매에 따른 이권을 보장받기로 하는 두 단체간 양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 올 초 제협 회원사들이 비디오 판매가격을 2만2천5백원에서 2만7천5백원(극장흥행작 기준)으로 일제히 인상하자 영유협 서울시지부가 정면으로 반발하는 등 두 단체간 마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3월들어 제협, 영유협 공동명의의 홀로그램이 등장함과 동시에 이같은 알력이 사라지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전환됐다는 주장이다.
현재 제협, 영유협이 추진하는 홀로그램에는 「수익성」이 따라붙고 있어 영화마을측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그동안 홀로그램은 제작사가 자사상품에 대한 부착여부를 스스로 판단해왔기 때문에 그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였으나,이번에 제협과 영유협이 홀로그램을 1장당 40원에,1개 비디오당 2장씩 공동발매하는 형태를 취함에 따라 이권사업이 됐다는 것이다.
주요 제작사들의 연간 비디오 판매량을 약 9백만개(97년 9백37만여개)로 잡았을 때,두 단체의 홀로그램 발매수입은 연 7억2천여만원(9백만개×40원×2장)에 달한다. 홀로그램 1장당 제작경비를 25∼30원으로 잡을 경우,연간 약 2억7천만∼1억8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게 영화마을측의 계산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배사들도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근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20세기 폭스, CIC 등 주요 비디오 직배사들은 제협과 영유협이 주관하는 「홀로그램 부착 의무화 지침」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본지 31일자 19면>
해당 직배사의 관계자들은 두 단체가 발행하는 홀로그램에 대한 구입비 지출이 제작사들의 비용증가로 연계되는 한편 소비자들로 하여금 비디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미 많은 회사들이 자사명의로 홀로그램을 제작해 각각의 비디오에 부착하고 있는데,갑자기 두 단체가 발매하는 홀로그램을 추가로 부착할 경우에는 낭비와 혼선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직배사 관계자는 『기존 홀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단체의 홀로그램 2장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라는 것을 본사에 설명하기도 난감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제협, 영유협측은 『기존의 각사별 홀로그램을 두 협회가 발행하는 홀로그램으로 통일할 경우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홀로그램 경비 추가부담은 물론 한 개의 비디오에 2장 이상의 홀로그램을 부착할 일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어찌됐든 홀로그램이 비디오테이프마다 과도하게 나붙어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은 불법물의 천국」으로 비춰지거나,수익발생 및 그 수익금의 분명치 않은 쓰임새로 인해 오해를 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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