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계, 올해 화두는 "초절전"

일본에서는 지난해 12월 교토에서 열린 "지구온난화방지교토회의"가 있은 후부터 에너지절약 운동이 일반소비자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소비자들은 가전제품 하나를 고를 때도 기능.가격.디자인.내구성 등 예전에 눈여겨 봤던 기능 외에 "절전특성"을 빼놓지 않고 체크하며 여러 모로 생각한 후에 결정한다.

특히 최근 일본 국회를 통과한 「에너지절약개정법안」에 특정기기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절전기종 및 기술이 개발되면 그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결정하는 「톱러너방식」이 포함돼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 가전업계의 절전제품 개발을 위한 발걸음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기기를 사용할 때 소요되는 소비전력뿐 아니라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리모컨 사용이나 시계표시기능, 메모리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대기전력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 정부가 민생부문의 에너지절약기준을 기존에 비해 8~30% 가량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쓰시타전기산업, 도시바, 소니, 샤프, 산요전기 등 주요 가전업체들도 절전형 제품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근에는 각기 제품의 저소비전력화와 관련한 중장기 목표를 세워놓고 절전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쓰시타의 경우 자사가 생산하는 모든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을 오는 2000년까지 95년도에 비해 30% 가량 낮추기로 하고 제품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요전기도 2000년까지 에어컨, 냉장고, TV 등 주요 가전제품의 일부 기종에 따라 소비전력을 95년도에 비해 20~35% 가량 낮출 계획이다. 특히 연간 2백60만대씩 생산하고 있는 VCR의 대기전력을 회로설계 변경 및 시계표시장치의 저전력화를 꾀해 2000년까지 95년도의 절반수준인 2.5W로 낮출 계획이다.

가전, 정보기기의 소비전력을 2000년까지 95년도에 비해 10% 낮추기로 한 도시바도 최근에는 위성방송(BS)을 보지 않을 때는 BS튜너에 흐르는 전류를 차단하는 기능을 부가해 대기전력을 기존에 비해 10% 가량 낮출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등 절전제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40여년 전부터 TV에 방의 밝기에 따라 화면의 휘도를 조절하는 「E, E센서」기능을 탑재해 절전효과를 꾀하고 있는 일본빅터의 경우 지난 93년에도 「위성방송전원 자동 차단」기능을 탑재한 TV를 선보이는 등 절전제품 부문에서는 업계의 선구적인 위치에 서 있다. 이 회사는 또 대기전력 부문에서도 TV의 경우 이미 1W 이하의 소비전력을 달성, 평균치인 1.5W보다 낮은 소비전력을 보이고 있다.

일본빅터의 이같은 저전력화 움직임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난해 12월 「지구온난화방지교토회의」가 있은 후 소니와 샤프 등도 줄이어 TV의 저전력화 계획을 발표했다.

소니의 경우 평면브라운관을 채용한 「베가」시리즈 중 고급기종분야에 대해 향후 1, 2년 내에 화면휘도를 조정함으로써 소비전력을 최대 약 60W까지 줄이기로 했다. 또 대기전력의 경우 보급가격대 단순기능모델을 시작으로 적용대상을 점차 확대해 금년 중에는 전제품을 1W 이하로 낮추고 내년에는 0.5W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샤프는 화면비 4 대 3의 일반TV와 광폭TV 중 29인치 이상 신모델의 경우 화면휘도를 조정해 소비전력을 최대 50%까지 절약할 수 있게 했다. 이 회사는 또 전류손실이 적은 트랜스를 채용해 TV를 끄고 켜는 데 필요한 리모컨 수광부의 구동회로를 종전의 12V용에서 9V용으로 바꿔 0.9W의 대기전력을 실현했다.

TV에 이어 최근에는 오디오분야도 소니, 켄우드 등이 저전력화 계획을 발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 올들어 출시하는 미니컴포넌트 6, 7개 주력 모델을 대상으로 종전에 10W 내외의 전력을 소요하던 대기전력을 3분의 1수준인 3W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켄우드도 올해부터는 미니디스크(MD)를 탑재한 카세트라디오를 포함한 12개 오디오기종의 대기전력을 3W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이밖에도 세이코엡슨이 소비전력을 종전의 3분의 1로 낮춘 PC를 선보인 것을 비롯해 히타치제작소와 미쓰시비전기도 사업부별로 절전기종 개발에 나서는 등 절전제품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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