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휴렛패커드(HP)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 표준 통제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의 자바 버추얼 머신(JVM)과 다른 HP의 독자적인 JVM 버전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것.
JVM은 선이 개발한 인터넷 표준언어인 자바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컴퓨터 운용체계(OS)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
따라서 HP가 독자적인 JVM 버전을 발표하는 것은 자바 표준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P의 새로운 JVM 버전이 출현하게 되면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들은 자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선과 HP의 서로 다른 JVM 버전에 상응하는 제품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등 적잖은 혼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자바 시장의 분열을 뜻하는 이같은 상황은 결국 하나의 프로그램을 모든 OS에서 운용되도록 한다는 자바의 출현 이념과 배치되는 것일 뿐 아니라 컴퓨터 사용자들에게도 큰 불편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HP는 그러나 독자적인 JVM 버전 발표가 선이 자바에 대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다.
자바가 인터넷의 공개 표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이 개발업체라는 위치를 내세워 우월적 입장에서 자바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려 하는 것에 대해 HP는 반감을 표하고 있다.
HP가 독자적인 JVM 버전을 발표하기로 한 동기로 선의 지나친 라이선스료 부과를 든 것이나 지난해 국제 표준화 기구(ISO)가 선을 자바 표준 관리자로 선정할 때 반대 입장에 선 것 등이 모두 이런 맥락에서다.
때문에 HP는 자바 시장에서 선의 독주를 막을 견제 수단이 필요하며 자사가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JVM 버전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에 대해 선의 공식적인 반응은 오히려 『전혀 해 될 것이 없으며 환영한다』는 것이다. HP의 독자적인 JVM 버전은 기본적으로 자바 표준 규격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HP의 JVM 버전은 일종의 자사 제품에 대한 호환 버전이 될 것이라는 게 선의 입장이다.
선은 또 자사와 HP의 관계를 인텔과 AMD의 관계에 비유하면서 경쟁업체의 출현으로 선의의 경쟁이 가능해지면 자바 시장이 보다 빨리 발전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선의 이같은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선의 지나친 자바 주도권 행사 욕구로 인해 자바 지원업체들로부터의 신뢰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사한 일들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JVM의 변형판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면 유닉스의 경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바 시장에서도 단일 표준을 정립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며 이같은 상황은 결코 선에도 이롭지 않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HP가 자사의 독자적인 JVM 버전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라이선스하는 한편, 앞으로 또다른 업체들에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같은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HP와 MS가 JVM을 매개로 가까워지는 것은 그만큼 HP와 선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동안 자바 지원을 기반으로 단결해 온 컴퓨터 산업 주요업체들의 반MS 대열의 분열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모든 OS에서 운용되는 자바」가 아닌 「윈도에 최적화된 자바」를 지향하고 있어 선 주도의 반MS 업체들과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에 대해 HP는 MS에 라이선스 하기로 한 것은 윈도CE용이며 자사가 자바 라이선스를 받은 분야이자 선의 주력 사업분야인 유닉스용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MS-선을 축으로 했던 자바 주도권 쟁탈전이 앞으로 MS-HP-선으로 확대되면서 자바를 매개로 한 반MS 대열의 결집력 약화가 초래되고 그로 인해 자바 단일 표준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최대의 수혜자는 MS가 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MS는 자바 대 윈도의 대결구도를 부담스러워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바를 윈도 영향권에 묶어두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반MS 대열을 분열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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