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관련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은 그동안 지식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기술적 우수성을 강조하는 식의 「엘리트형」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펴 왔으나 최근에는 경쟁사 비방광고나 대규모물량전을 서슴지 않는등 「무대포형」마케팅 전략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업체들이 이같은 충격요법을 도입하게 된 것은 기존 시장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젊잖은 마케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새로운 경제환경이 시장구도에 변화를 몰고 올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상당부분 고려된 것 같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컴퓨터 업체들의 공격마케팅을 대표하는 것은 세간의 화제를 몰고 온 한국컴팩의 IBM 비교광고.한국컴팩은 이 광고에서 IBM을 「지는 해」,컴팩을 「뜨는 해」라고 지칭하면서 IBM을 깍아 내렸고 한국IBM은 공정거래위 제소라는 카드로 맞대응한 상태이다.
한국컴팩의 이번 광고는 이미 광고게재이후에 발생할 사태까지 미리 예견한 상태에서 제작된것으로 두 회사에 수백통씩의 문의전화가 쇄도해 컴팩의 의도는 이미 상당부분 성공한것으로 분석된다.한국컴팩은 또 한국HP를 겨냥한 제2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광고전쟁은 한국컴퓨터어쏘시에이츠(CA)의 총판업체인 포시에스가 몇 개 컴퓨터관련잡지에 게재한 「아직도 8자타령」광고.포시에스는 이 광고에서 국내 1위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시장점유업체인 오라클의 대표적인 제품인 「오라클8」을 겨냥했다.한국오라클은 이에대해 이 광고가 비록 한국CA가 직접 주도한 것은 아니라해도 사실상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공연히 화제거리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프로세서 마케팅 전략은 광고에 의한 공세보다는 다른 차원의 공격적 마케팅이다.마이크로소프트가 이달부터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간 워드프로세서 마케팅프로그램은 「워드프로세서 두번 배우지 말자」라는 모토로 1백만개의 MS워드를 학생들에게 무상보급하는 것을 비롯해 「환불보증제」 「무상고객지원서비스」 「워드로 편지쓰기」 「워드버스 활용」 「학교에대한 오피스 무상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원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경쟁사인 한글과컴퓨터는 이에대해 그동안 패키지로만 팔던 「한글」워드프로세서의단품판매를 도입하는 등 MS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MS가기업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사를 벌여 그 「허구성」을 밝히겠다는입장이다.
한국IBM이 최근 국내 주요 매체에 게재한 「진품 64비트 시스템」 광고도 경재업체를 자극하는 문구가 삽입돼 경쟁업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한국IBM은 64비트 CPU와 64비트 운영체계를 채택한 유닉스 서버(모델명 RS6000S70」를 처음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제야 진품 64비트 시스템이 나왔군」이라는 문구를 모두로 하는 광고 판촉전을 전개했다.
특히 한국IBM은 여기서 『64비트 시스템은 하드웨어를 포함해 운영체계,미들웨어,어플리케이션등이 모두 64비트화되어야 진정한 64비트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면서 자사만이 진정한 64비트 시스템을 판매하는 듯한 뉘양스를 풍겼다.이에대해 한국HP를 비록한 선발 64비트 유닉스 시스템 공급업체들은 『후발주자인 한국IBM이 실지를 만회하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이의 제기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한국EMC는 전세계 중대형컴퓨터용 보조기억장치(RAID)분야에서 자사가 그동안 줄곧 1위를 지켜온 IBM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것을 강조하기 위해 EMC와 IBM을 직접 비교하는 판촉전략을 전개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결국엔 이런 그래프가 그려질 것을』이라는 제하의 문구를 통해 한국EMC는 IBM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드는 반면 EMC는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특히 한국EMC는 시각적인 효과를 높히기 위해 그래프를 동원해한국IBM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또한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국HP와 한국디지탈도 상대방을 흠집내는 광고판촉전을 전개하는 방안을 모색한 적이 있다는 것.두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본사에서 시도하고 있는 흠집내기 판촉전을 펼치기 위해 문안 작성까지 작성하려했으나 한국 기업의 정서상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자제키로 했다는것이다.
이밖에 국산 주전산기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선두 다툼을 벌여온 현대전자는 최근 특정기간동안의 판매실적이 삼성전자를 앞서자,주요 매체를 통해 자사가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판촉전을 전개해 삼성전자의 신경을 건드린 적이 있다.
현대전자는 이같은 내용의 판촉전을 전개하자 삼성전자는 『특정 기간동안의 매출 실적을 갖고 마치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처럼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라고지적하면서 『10년 동안 1위 자리를 줄곧 달려온 삼성전자의 체면상 정면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컴퓨터업체의 전투적 마케팅 전략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않다.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영업이 우선이라지만 기업간의 경쟁에도 기본적인 룰이 있다』며『상도의조차 무시하는 마케팅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창호,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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