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퇴장과 팜PC의 전면부상,그리고 팜파일럿의 약진.
올해 전개될 개인휴대단말기(PDA)시장 판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그다지 힘을 쓰진 못했지만 PDA분야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던 뉴턴이 애플의 구조조정으로 결국 해체라는 운명을 맞게 됨에 따라 이제 PDA시장은 스리콤의 팜파일럿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CE를 탑재한 팜PC의 맞대결로 전개될 전망이다.
올해 예상되는 PDA시장규모는 약 6백만대.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전화번호나 스케줄 등 데이터저장은 물론 파일전송 및 데스크톱PC와의 동시작업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PC보조기기로서의 성장잠재력을 감안할때 업체들이 한번쯤 군침을 삼킬만한 분야다.
MS가 지난해 윈도CE를 탑재한 핸드헬드PC(HPC)에 이어 올초 역시 윈도CE기반의 팜PC와 오토PC를 내놓고 이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을 선언한 것도 이같은 시장성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MS의 팜PC에 대한 애착은 각별하다. MS는 자사 운영체계(OS) 전략에서 윈도NT와 윈도CE를 양대축으로 삼고 PC에서의 윈도3.1과 윈도95처럼 휴대형기기는 윈도CE로 천하통일을 이루겠다는 야심을 그동안 거듭 밝혀 왔다.
이 회사의 빌 게이츠회장도 최근 한 연설에서 핸드헬드 컴퓨터가 PC처럼 폭넓은 인기를 누릴 것이라며 판매량도 언젠가는 PC에 못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이와 관련 MS는 최근 팜PC용 윈도CE 두번째 버전을 내놓고 팜파일럿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그리고 다음달께부터는 카시오,필립스 등 당초 팜PC 플랫폼을 지원했던 업체들이 상용제품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서서히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맞서는 스리콤의 전략은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즉 팜PC 진영의 본격적인 공세에 대응, 제품이 나오기 전에 먼저 치고 들어감으로써 지배력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스리콤은 이번주 초 자회사 팜 컴퓨팅을 통해 팜파일럿 신제품인 팜III를 전격 발표한 한편 지난주에는 이의 사전작업으로 기존 팜파일럿 퍼스널 버전과 프로페셔널 버전의 가격인하를 단행해 시장확대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스리콤은 또 이번 신제품을 포함, 팜파일럿을 2백달러와 3백달러 3백99달러의 가격대로 나눠 하이엔드 제품으로는 전문가를 공략하는 한편 퍼스널 제품으로는 초보자들의 수요기반을 넓힘으로써 각개약진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PDA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팜파일럿은 지금까지 1백60여만대가 팔려나간 가운데 올 연말까지 2백20만대의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스리콤은 이번 가격인하와 신제품 발표를 계기로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데 무엇보다 역점을 두고 있다.
분석가들은 스리콤의 팜III발표가 다음달 MS진영의 팜PC발표 시기를 의식한 것으로 받아 들이는 가운데 팜PC에 쏠리는 관심을 팜파일럿으로 돌려 보겠다는 계산일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스리콤의 MS진영에 대한 경쟁의식은 상표권 침해소송에서도 잘 나타난다. 스리콤의 PDA 자회사인 팜 컴퓨팅은 최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팜PC」라는 용어가 소비자들에게 팜파일럿과 혼동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MS와 역시 팜PC 제조업체인 카시오 컴퓨터를 상표권 침해혐의로 제소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MS가 북미시장에서 윈도CE단말기의 명칭을 팜PC로 정할 방침임에 따라 소송이 MS미국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향후 PDA시장은 팜파일럿과 팜PC의 한치 양보도 없는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팜파일럿의 높은 인지도와 윈도CE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등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최소한 올해까지는 팜파일럿의 지배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내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대결이 전개되지 않겠냐는 의견에서 일단 팜파일럿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한편 애플도 그동안 PDA사업에서 재미를 못보긴 했지만 이 시장의 성장가능성과 관련해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뉴턴OS와 뉴턴PDA의 후속제품인 메시지패드,그리고 교육용시장에서 나름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소형 컴퓨터 e메이트 등 5년여동안 공들여 온 사업의 행로를 다각도로 모색하려 했던 노력은 지난해 5월 이 회사의 분리독립 방침을 정했다가 백지화하고 그룹내에 존속시킨 데서도 잘 나타난다.
하지만 우선 재무구조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뉴턴사업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결국 사업정리쪽을 택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무튼 PDA시장에서 그나마 상징적인 의미를 갖던 뉴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짐에 따라 이제 팜파일럿과 팜PC의 숙명적인 대결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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