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대표 이계철)이 국내 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수익성 또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자아비판형」 업무현황자료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통신은 11일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보고한 업무현황자료를 통해 지난해 7조7천8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악 수준인 7백97억원을 남기는 데 그쳤으며 특히 투입자본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할 때 무려 1조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통신은 또한 국내 통신시장에서 무선부문이 급성장함에 따라 95년 71.9%이던 한국통신의 국내 통신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55.3%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46.3%, 2000년에는 43%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같은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이다. 한국통신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매출액 증가에 비해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요금구조 △매출구조 △인력구조 등 세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먼저 요금구조 분석을 보면 다른 공공요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된 반면 통신요금은 지속적으로 인하된 것이 수익구조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90년 요금을 1백으로 할 때 97년 현재 교통요금은 1백92.8, 수도요금은 1백87.2, 전기요금은 1백27.9로 인상됐으나 통신요금은 88.5로 오히려 인하됐으며 특히 한국통신의 요금은 56.9까지 인하됐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매출구조를 보면 전화사업의 비중이 92년 94.3%에서 지난해에는 87.4%로 줄어든 반면 전용회선사업의 비중은 5%에서 9.7%로 늘어났다. 그러나 통신시장에서 유선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한국통신은 매출증대에 기여할 만한 신규사업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더욱이 경쟁영역인 시외, 국제전화는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독점영역인 시내전화, 공중전화, 전보 등의 요금은 원가에 못미치고 있다.
인력구조 또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82년 한국통신 직원의 평균연령은 32세였으나 95년에는 36.7세로 인력구조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단순반복적이며 저부가가치 직무에 근무하는 직원이 기술집약적이며 고부가가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시외소통(수동교환) 업무의 평균 연봉은 3천1백95만원, 전보접수 업무는 2천9백22만원인 데 비해 패킷교환은 2천2백18만원, 마케팅은 2천98만원, 정보영업은 2천11만원, 전산은 1천9백6만원의 평균 연봉을 각각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통신은 이 자료에서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수익성, 성장성, 경쟁력을 기준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시외/국제수동전화, 전보, 가입전신 등의 정비대상사업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통신이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조목조목 지적한 이같은 자료를 작성,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서 그동안 구조조정을 둘러싼 해묵은 과제들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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