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워싱턴에 있는 미 의회의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증인 자격으로 출두했다.
이 자리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회장, 넷스케이프의 짐 박스데일 최고경영자(CEO) 등 MS의 강력한 경쟁사 대표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청문회 주제는 MS가 소프트웨어(SW) 시장을 독점, 자유경쟁 분위기를 해치고 있느냐는 것.
당사자인 MS는 물론 자사가 자유경쟁을 저해하고 있지 않으며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경쟁업체 맥닐리 회장 등 경쟁업체 대표들은 MS가 PC 운용체계(OS)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악용, 관련 SW 시장을 장악하려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함을 주장하면서 의회 차원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조치가 내려지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송으로도 보도된 이날의 설전은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차치하고 미국 첨단산업계와 의회와의 역학 관계를 새삼 확인해 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첨단산업 관계자들이 의회의 정책결정자로 반대로 의회가 산업정책 결정자로 기능하는 일이 미국에선 다반사라는 것.
특히 미국기업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주요 이슈마다 미 첨단산업계와의회의 밀월이 미국의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잦아졌다.
아메리카 온라인의 스테픈 M 케이스 CEO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산업의 미래가 점차 기술보다 정치에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MS와 넷스케이프 등 첨단 업체들은 의회의 낡은 규제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업관행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첨단 산업계의 대의회 로비가 갈수록 강화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최근에만도 사이프레스 세미컨덕터,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MS, 선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상원 법사위에 참석, 외국 첨단기술 인력의 유입 확대를 촉구했고 또다른 업체들은 암호화 기술의 수출규제 철폐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 업계의 로비가 결실을 맺은 예는 적지 않다. 최근 클린턴 정부가 인터넷 무관세화를 추진키로 한 것이나 휴렛패커드가 암호화 기술 수출 허락을 받은 것 등이 모두 그같은 예다.
넷스케이프의 마크 안드레센 부사장은 『이같은 사례들은 실리콘밸리 업체들에게 정치 게임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회와 산업계의 밀월이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내부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첨단 산업계의 로비로 피해를 보는 업종들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수사가 동원되는 정치 세계와 실리콘밸리같은 자유 분방한 산업계의 문화적 충돌 현상도 또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일례로 비수사적 언어로 정부를 몰아쳐대는 게이츠 회장 같은 인물은 첨단 산업계에선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시장분석가는 이에 대해 『(로비를 통한)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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