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반도체시장, 통신용 칩 "大戰"

유럽 반도체 시장에서 통신용 칩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통신용 칩이 유럽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유망 분야로 떠올랐다.

미 시장조사 회사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특정용도 집적회로(ASIC)의 절반을 통신용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음성 신호의 압축 및 복원을 위해 셀룰러폰과 통신 인프라 시스템에 등에 사용되는 디지털 신호처리칩(DSP)의 수요가 눈에 띠게 늘고 있으며 컴퓨터는 물론 통신 분야에도 사용되는 일부 플래시 메모리와 종합정보통신망(ISDN) 어댑터용 칩의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유럽 통신용 반도체 시장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DSP 분야에선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계열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그룹, 아날로그 디바이시스, 모토롤러 등 미국 회사들이 주요 공급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DSP가 전문화된 기술을 필요로하는데다 이들 미국업체들이 10년동안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따라서 현재로선 이들과 경쟁할만한 신규업체의 등장은 예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DSP와 달리 수요 기업의 특정한 요구에 맞춰 제조되는 반도체로 휴대폰은 물론 근거리통신망(LAN) 및 광대역 네트워크용 하드웨어 등에 주로 채용되는 ASIC 분야에선 미국의 LSI 로직과 VLSI,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SGS 톰슨 및 일본의 히타치, NEC, 도시바 등 여러 업체가 혼전중이다.

이처럼 많은 업체가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이 분야가 유럽 통신용 반도체 시장중에서도 최대의 시장이라는 점이 주요 요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ASIC은 그러나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기업의 특정 요구를 제품으로 실현해야 하는데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때문에 이 분야는 제조업체가 상당한 수준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축적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물량을 수주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따라서 ASIC의 이같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품으로 프로그래머블 로직 디바이스(PLD)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PLD는 표준 제품으로 해결할 수 없는 특정한 요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소규모 물량의 제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주문형 반도체이다.

현재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도 미국 업체인 알테라와 자일링스이며 그밖에 루슨트가 시장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 최근 네덜란드 필립스가 시장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분야에선 특히 납기 기한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평균적으로 ASIC이 출시에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요하는 반면 PLD는 그 기간이 6주정도로 짧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빠른 제품 출시를 원하는 네트워킹 업체들이 PLD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최근들어선 칩을 여러가지 종류로 구별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심지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서로 다른 칩들이 담당하던 기능을 통합한 제품들의 잇단 등장이 이같은 추세를 낳고 있다.

예를들면, 셀룰러폰에는 보통 3∼4개의 칩이 사용되지만 DSP와 ASIC 기능을 통합한 칩 등이 개발되면서 사용하는 칩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칩의 통합화 추세로 기존의 모든 칩의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대신하는 단일칩이 탄생될 전망이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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