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바이트] 전자제품 성공의 조건은 "역시 SW"

「상품 승패는 소프트웨어에 달려있다」.

일본 「닛케이일렉트로닉스」誌는 최근호에서 지난 몇 년간 상품들의 명암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갈렸다며 이같이 강조하고 있다. 히트상품의 원동력은 이제 첨단기술을 탑재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전자시장은 이같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지난해 일본 최대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된 반다이의 「다마고치」와 닌텐도의 「게임보이」는 하드웨어면에서는 사실 보잘 것 없는 제품이다. 다마고치의 경우는 틀이 지나치게 오래돼 대량 구매조차 어려운 것이고, 게임보이 역시 그 사양이 처음 발매된 89년형과 거의 같아 하드웨어만큼은 결코 신제품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 제품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공통적으로 「기계와 인간」, 나아가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대화)을 강조하며 내용을 전개해 재미를 더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을 구사한 하드웨어가 아니라도 실행하는 게임소프트웨어(콘텐츠)만 괜찮으면 충분히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사실상 지난해 화려하게 데뷰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는 게임보이, 다마고치와 대조를 보였다. 연초 히트상품 1위에 올랐으나 연말에 가서는 그 해 히트상품 15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고 크게 고전했기 때문이다.

DVD 부진 이유는 역시 소프트웨어에 있다. 97년 10월 현재 DVD 타이틀 수는 5백18개로 CD와 LD가 발매후 1년간 타이틀 수가 각각 6개, 91개였던 것에 비하면 결코 적은 게 아니다.

그러나 경쟁상품인 VCR과는 소프트웨어면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불리했다. VCR은 이미 소프트웨어가 풍부한 데다 새로 나오는 타이틀도 연간 6천개에 달한다. 게다가 VCR쪽은 타이틀을 렌탈하기 때문에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고화질 이외는 장점이 없는 DVD로서는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DVD는 올해도 히트 기대상품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일부 업체에서 렌탈도 추진하고, 소프트웨어도 계속 늘어 지난해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을 한치수 더 높인 DVD가 올해는 기대에 부응할 지 다시한번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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