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망프린터 공급 차질 빚을듯

올 상반기 행정전산망용 프린터 입찰이 정부가 제시한 예정가격과 공급업체들의 응찰가격이 맞지 않아 유찰을 거듭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조달청이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상반기 중에 공급할 행망용 프린터 조달을 위해 실시한 입찰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대부분의 품목이 유찰됨에 따라 원활한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다시피 하고 있는 이같은 유찰사태는 공급업체가 제시한 응찰가격이 예정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올해의 경우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의 가격이 크게 올라 프린터 업체들의 제조원가도 상승,공 급가 인상이 불가피한데도 조달청이 제시한 예정가격은 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프린터업체들은 최근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6백원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조달청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환율은 1천1백원대로 파악, 응찰가격과 예정가격이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이 올 상반기 중 관공서 및 공공기관 등에 공급할 행망용 프린터 물량은 도트프린터 6백대, 잉크젯프린터 3천대, 레이저프린터 1만5백대 등 총 1만4천1백대다. 당초 조달청은 지난달 23일 실시한 1차 입찰에서 이들 물량에 대한 공급계약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유찰로 무산됐고 지난 13일에 재입찰을 실시했지만 이마저 유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난 17일 응찰업체들과 1대1 면담을 통해 이중 최저 공급가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수의시담을 시도, 일부 품목에 한해 가까스로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고충을 겪었다.

수의시담 결과 도트프린터는 2개 분류 6백대의 물량 중 1개 분류 3백대에 대해서만 최근부도가 난 제일정밀을 공급업체로 선정했고 나머지 1개 분류 3백대는 또다시 유찰됐다. 잉크젯프린터는 컬러의 경우 3개 분류(2천대) 중 1개 분류만이 삼보컴퓨터로 선정되고 나머지 2개 분류와 흑백 제품 2개 분류(1천대)는 수의시담에서조차 공급업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또 공급물량이 가장 많은 레이저프린터의 경우 A4용 제품 4개 분류(4천대)에 대한 공급업체가 삼성전자, LG전자, 제일정밀, 태응물산 등으로 수의시담을 통해 선정됐다. A3 일반용 레이저프린터는 5개 분류(3천5백대)가운데 1개 분류만이 공급업체로 양재정보가 선정되고 나머지 4개 분류는 미정이며, A3 네트워크용 제품은 4개 분류(3천대) 중 3개 분류가 양재정보, 파라시스템, 제일정밀 등으로 선정되고 나머지 1개 분류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달청은 공급업체들과의 이같은 수의시담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유찰되는 사태가 잇따르자 내달 3일 3차 입찰공고를 내고 탈락업체를 대상으로 재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행망용 프린터 입찰과 관련, 입찰에 참가한 대부분의 프린터업체 관계자들은 『조달청의 예정가격이 현실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는 조달청이 이번프린터 입찰 예정가를 품목별로 부가세를 포함해 대당 도트프린터 41만원, 잉크젯프린터 45만원(흑백) 및 75만원(컬러), 레이저프린터 46만원(A4용)및 1백15만원(A3 일반용), 1백73만원(A3 네트워크용) 안팎으로 각각 책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린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따라 『이번에 조달청이 책정한 예정가격으로 프린터를 공급할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예년과는 달리 올 들어 민수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행망용 제품공급으로 타격을 입을 경우 기업의 생존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그동안 프린터업체들은 정부 조달물량이 수천대 이상의 대규모인 데다 지불조건도 현금 일시불이라는 이점으로 인해 공급가격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행망용 프린터입찰에 참가해왔다』며 『그러나 올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으면서 프린터업체들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돼 더이상의 적자구조사업을 펼치기는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행망용 프린터 입찰은 유찰현상이 반복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