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목할 만한 유망분야로 디지털 카메라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95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디지털 카메라는 일반인들의 가장 친숙한 취미 수단인 사진이라는 특성과 인화과정이 간단하고 편집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어우러져 가전시장의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96∼97년의 판매실적은 성장가능성을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 지난해 2백여만대였던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출하는 올해 2백70만대로 35%가 늘어나고 오는 2천2년에는 9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는 또 기술적으로도 큰 진전을 보이면서 디지털 카메라의 생명인 고화소제품이 잇따르고 사용의 간편성과 저가화로 전통 카메라와 같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돼 카메라기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전망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보급형의 경우 30만화소(픽셀)가 주류를 이루던 디지털 카메라는 올해 기본 1백만화소(메가픽셀)를 표준으로 장착하면서 가격은 떨어져 「저가 고화소」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코닥과 일본 후지필름이 선보인 디지털 카메라는 각각 1백만화소와 1백50만화소의 고해상도이면서 가격은 6백∼8백달러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닥의 「DC200」은 보급형이지만 성능은 전문가용 못지 않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줌 기능을 제외하곤 기존 「DC210」모델과 비슷해 사용이 간편하고 1.8인치(45mm) 컬러 LCD패널과 4MB의 「코닥 디지털 사이언스 픽처카드」를 내장,59개까지 사진저장이 가능하다.
또 후지의 「MX100」은 해상도 1백50만화소로 컴팩트한 디자인이 장점이며 가격은 7백∼8백달러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1백만화소인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이 1천달러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코닥과 후지의 신제품은 가격대 성능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1백만화소는 일반 카메라의 해상도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HP 포토스마트」의 30만화소와 비교할 때 디지털 카메라의 고화소시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두 제품 모두 12∼15일 미국 뉴올리언스의 「포토 마케팅 어소시에이션 쇼」에 출품된 가운데 후지필름은 이 전시회에서 업계 최소형 초경량 디지털 카메라인 「MX700」모델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무게 10온스미만에 크기가 담배갑정도로 「MX100」모델처럼 1백50만화소의 고해상도이다. 또 자동초점 렌즈와 2인치 LCD패널,알미늄 합급 케이스,5개의 화이트 밸런스 세팅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 가격은 7백99달러에 불과해 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분야용에서도 기술진전은 가속되고 있다.
코닥과 캐논이 최근 전문가용으로 공동개발한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 「DCS 520」은 사진 작가나 군사 감시용,언론사 취재용으로 설계된 것인데 화성탐사 우주선인 「패스파인더」용으로 개발된 기술을 포함,30개의 새로운 특허기술을 토대로 화려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우선 해상도 2백만화소로 초당 3.5프레임에 12개의 프레임을 연속 처리할 수 있는 기능과 함께 다양한 이미지 변환은 물론 즉석 이미지 캡처등이 가능하다고 이들 업체는 설명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이 제품은 전통적인 싱글 렌즈 리플렉스(SLR)카메라의 기능을 지원,뷰파인더보단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물론 가격은 1만5천달러로 비싸다.
올한해 이처럼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기술적인 면에서는 향상된 면모를 보이겠지만 한편으론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이륙 단계에 있는 만큼 이른바 「매스마켓(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시장분석가들은 기술진전과 함께 가격의 대중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최근 나온 1백만화소급 신제품의 경우 8백달러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급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같은 성능으로 최소한 3백달러까지 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전용 프린터 등 주변기기도 중요한 여건으로 작용하는데 이의 판매가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2,3년정도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유는 디지털 사진전용 프린터의 경우 가격이 4백달러이상으로 너무 비싸고 용도도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속도가 느리고 대형 사이즈의 풀 컬러 출력에는 적합하지 못해 이러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회장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사진기술은 보다 향상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프린팅과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려면 5년정도를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카메라를 포함한 디지털 사진시장이 뜨는 시장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역시 매스마켓을 형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여느 제품에서와 마찬가지로 품질과 가격의 두마리 토끼를 얼마나 빨리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대중화를 앞당기는 열쇠일 것이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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