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편지를 받아주세요」라는 고 은의 낭만적인 시와는 달리 온라인상에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편지가 있다. 정크메일이 바로 그것이다. 원래 정크(junk)라는 말은 「잡동사니」란 뜻으로 컴퓨터 통신망에서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포된다는 점에서 정크메일이라고 이름붙여졌다.
정크메일은 광고주에게 인기가 있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에 편승해 수수료를 받고 수십만명에게 선전용 메시지를 뿌려 주는 일을 대행하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특히 이들 대행업체는 스팸웨어(Spamware)라고 불리는 특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통신망에서 대량 입수한 개인 전자우편주소를 웃돈을 받고 광고주에게 팔고 있다.
이 정크메일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PC통신업체인 AOL이 자사의 1천만 가입자 보호를 위해 하루 2천2백만통에 달하는 정크메일 가운데 특정 사이트에서 전송되는 것을 차단하기로 최근 결정하고 「정크메일과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전자우편주소 제공업체인 인터넷상거래협회(NOIC)는 이에 대해 「인터넷 상의 합법적인 광고를 금지하는 행위」라고 반박하며, 「정크메일인지 합법적 광고인지는 가입자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NOIC는 24시간동안 AOL가입자 중 5백만명의 전자우편주소를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해 보복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 AOL측은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공방은 일단 AOL측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정크메일에 시달린 네티즌들의 여론에 밀린 NOIC가 보복 계획을 철회하고 AOL에 협상을 제의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크메일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 AOL과 NOIC간의 공방 뿐만 아니라 이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설레이던 가슴으로 받아보던 한장의 편지가 더욱 그리워진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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