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할 수 있다」는 편리성때문에 개인용 컴퓨터(PC)의 새 장을 펼쳐온 노트북PC는 이제 데스크톱PC와 맞먹는 성능을 발휘하면서 PC시장의 총아로 등장했다.
현재 세계PC시장에서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18~20% 정도.PC 5대 중 1대가노트북이라는 얘기다.선진국일수록 노트북PC의 판매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그 비중이 35% 정도나 된다.국내시장은 이보다 약간 떨어져 전체 PC시장의 10% 정도가 노트북PC다.
또 앞으로 PC시장의 성장을 노트북이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IDC에 따르면 오는 2000년까지 데스크톱 PC시장이 연평균 15%정도늘어나는데 비해 노트북PC는 27%씩 증가해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트북PC는 공급량이 지난해 20만대를 약간 상회하면서 PC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으며 올해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에상된다.올해에는노트북PC의 기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체를 중심으로 그 필요성이 높아짐으로써 소폭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올해 국내 노트북PC시장은 일단 수요측면에서만 본다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가 아주 힘들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는 노트북PC를 선뜻 구입하는 소비자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노트북PC의 주수요층에 속하는 대학생들의구매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트북PC제조업체들은 올해 판매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줄여잡지 않고 있으며 제품운영도 보급형모델로 확대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태세이다. 즉 노트북PC로 기업의 전체적인 전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한편 데스크톱PC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할 수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그 필요성을 크게 부각시켜 나간다는게 대다수 업체들의 한결같은 전략이다.
따라서 올해 노트북PC 시장은 데스크톱PC 이상으로 치열한 경쟁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그 경쟁형태도 상위권 업체들의 수성과 공략에서부터 후발업체들의 거센 도전,그리고 외산제품의 입지확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국내 노트북PC시장에서 단연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누가 제동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 PC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노트북PC의 판매목표도 지난해보다 약간 줄어든 9만5천대 규모로 잡고 있다.그러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50%를 크게 상회해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겠다는의지를 분명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운영에 대해서도 올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극대화한 고성능 제품과 함께 제한된 기능만 내장하되,휴대성을 최대한 살린 보급형 제품으로 이원화해 국내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또 이 회사는 스피드혁명(「스피노」)을 추진해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제품경쟁력의 초석이되는 부품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치지않고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노트북PC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대대적으로 나서기로 하고 우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해외의 대형 PC업체와의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이를 위해 OEM 특화제품 개발에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미국 산호세연구센터와 공조체제를 이뤄 선행기술을 하나둘씩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이러한 독주에 대우통신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지난해까지 국내 노트북PC 시장 2위를 달리던 대우통신은 올해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데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우통신은 「솔로」시리즈로 노트북PC에 관한한 제품력이나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솔로」 노트북PC를 사용함으로써 관심을 끌고있는데 대해 상당히 고무돼 있다. 올해 7만대 판매를 목표로하고 있는 대우통신은 다양한 제품군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고 기회가 포착되면뒤집겠다는 의욕까지 보이고 있다.
LG IBM과 삼보컴퓨터간의 3위 다툼도 올해 노트북PC 시장의 큰 관심사이다.LG IBM PC의 경우 지난해 LG전자 유통망을 통해 IBM 제품을 공급한 결과,기대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다고 분석하고,올해에도 그 여세를 몰아갈 방침이다.즉 한국IBM이 노트북PC 사업을 전개했을 때에는 제품력과 브랜드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별로 힘쓰지 못했지만 합작출범후 한달동안 1년치 판매물량을 소화해낼 정도로 활기를 띤 것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3만대의 노트북PC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운 LG IBM은 올하반기에는보급형 모델까지 선보여 제품운용을 수요층별로 다양화하는 한편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싼 제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삼보컴퓨터는 올해 LG IBM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올해 노트북PC의 판매목표는 LG IBM보다 적은 2만대 규모로 잡고 있지만 이정도의 목표치를 달성만하면 3위 진입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이 회사는 특히 노트북PC시장에서 조속히 입지를 다지지 못할 경우 2위 자리를 지켜온 데스크톱 PC 시장경쟁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보컴퓨터는 제품운용 측면에선 최근 발표한 펜티엄MMX 2백66MHz 프로세서를 탑재한 14.1인치 대화면 노트북PC를 간판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또한편으로 대중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보급형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실판매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와함께 자사의 컴퓨터 대리점에 대한 노트북PC 취급을 적극 유도해 올해안에 1백개점을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후지쯔,컴팩컴퓨터,지멘스정보시스템,엘렉스컴퓨터 등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이 국내노트북시장을 적극 공략할 태세여서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특히 한국후지쯔는 최근「2웨이 멀티베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배터리 용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업무용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부진을 면치못했던 컴팩컴퓨터와 국내 노트북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지멘스정보통신,그리고 매킨토시 컴퓨터를 전담하고 있는 엘렉스컴퓨터 등이 전문가 시장을 주타킷으로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전자유통업체인 서울전자유통(전자랜드)이 국내시장에 도입,시판하는 일본 도시바 노트북PC도 지난해 월평균 4백대 이상 판매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이 회사는 이에 힘입어전담조직인 「노트북PC사업부」을 신설하고 추가모델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등 앞으로 노트북PC 영업을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시판중인 노트북PC는 사실 국산제품이 많지않은 실정이다.엄격히 구분하면 삼성전자와 대우통신 제품만이 국산 노트북PC일뿐,나머지는 외산품을 OEM 도입하거나 아예 외산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한편 노트북PC기술의 큰 흐름은 고용량,대화면,슬림, 경량화로 집약된다.이는 데스크톱PC의 자리를 침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남으로써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펜티엄 MMX 1백66MHz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32MB 메모리, 3GB 하드디스크,10배속 CD롬 드라이브 등을 갖춘 고성능제품이 노트북PC 시장에서 주류를 이룰 조짐이고 최근에는 MMX 2백66MHz 프로세서를 탑재해 웬만한 데스크톱PC보다 더 빠른 처리속도를 나타내는 신제품까지 등장했으며 64MB 메모리,20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장착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화면표시장치도 흑백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한 제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또 STN 액정표시장치(DSTN LCD) 노트북PC도 박막트랜지스터(TFT)제품에 급속히 자리를빼앗기고 있다.화면크기는 13.3인치와 14.1인치 대화면의 제품이 12.1인치에 이어 서로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대화면 경쟁의 경우 아직 어느 쪽이 대권을 쥐게될지 불확실하지만 일단 LCD 생산업체들이 13.3인치 TFTLCD 생산에 주력하면서 올해 노트북PC시장에서 30∼4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14.1인치 제품도 전체 노트북PC시장의 15% 정도는 충분히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노트북PC의 수요층 확산에 절대 필요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슬림, 경량화 개발경쟁도 치열하다.최근 삼성전자와 대우통신이 각각 두께 37mm,38mm 노트북PC를 내놓고 서로 가장 슬림화된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맥락인데 무게는 2.5kg짜리 제품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요즘에는 휴대중에 얼마나 오랫동안 쓸 수 있는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특히 한국후지쯔가 2개의 배터리를 장착해 최장 7.3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노트북 PC의 휴대중 사용시간 경쟁이 뜨거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노트북PC는 휴대용으로서의 요건을 더욱 확실히 다지면서 고용량, 고성능화되면서 현재의 데스크톱PC를 대체할 유력한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그러나 반대로 노트북PC 시장의 입지도 확고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같다.
올들어 휴대형 소형컴퓨터들이 잇따라 개발,선보이면서 점차 노트북PC를 대체할 수 있다는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올하반기중에 등장할 윈도CE 3.0버전의 모빌컴퓨터(코드명 쥬피터)는 노트북PC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첫 제품이 될 전망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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