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PC] "추위" 보내고 새 봄 맞을 채비

「시장점유율을 높여라.」

최근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PC제조업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PC시장이 꽁꽁 얼어붙음에 따라 판매량을 늘리는 대신에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확대해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PC시장은 올들어 옴쭉달싹하지 않고 있다. 졸업, 입학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PC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으며, 특히 기업용 PC수요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이는 지난 1월 PC수요가 15만대를 약간 웃돌아 전년동기의 절반에도 못미쳤다는 사실에서도 잘나타나고 있다. PC업체들 스스로도 올해 수요예측을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연간 2백만대 수준으로 잡았다가 1백90만대, 1백60만대등으로 계속 떨어져 지금은 1백50만대 이하로 급락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그만큼 PC시장이 어디까지 곤두박질할지 점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지난해 전년대비 2배반 가까이 증가하면서 PC시장 성장세를 주도해온 행정전산망 및 교육망 수요가 올해에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 행망 및 교육망 PC시장은 지난해 1백40% 이상 증가한 51만6천대 규모로 전체 PC시장의 25% 이상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예산이 7조원 정도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중앙부처의 경우 예상수요량 2만1천대 중 33.3%에 달하는 7천대 정도가 교체물량인데 이 수요가 재정긴축과 맞물려 뒤로 미뤄지는 등 정부의 정보화투자도 주춤해질 것으로 PC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PC업체들의 시장쟁탈전은 수요감소와 맞물려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워질 조짐이다. 벌써부터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간 1위 다툼이 시작된 분위기이고 LG IBM과 대우통신의 추격전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과 삼보간 신경전은 삼보컴퓨터의 체인지업PC가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도 꾸준히 팔려나가면서 올들어 데스크톱PC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분석으로 격화됐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적어도 1,2위간 격차는 크게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올해 데스크톱PC 판매목표는 각각 45만5천대와 30만대.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여잡은 데 비해 삼보컴퓨터는 약간 늘려잡았다.

이는 체인지업PC가 변수로 작용하기 이전인 지난해 11월까지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내수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차이를 나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 설정에서부터 심상치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삼보의 체인지업PC가 시장수요 냉각이라는 강추위에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그러나 올해 PC시장 수요가 격감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같은 판매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모두 시장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삼성은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보다 약 1% 정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삼보컴퓨터는 1위와의 격차를 바싹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LG IBM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해 「LG」에서 「LG IBM」이라는 브랜드로 전환해 목표했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는 LG IBM은 올해 새 사령탑을맞아 대대적인 공세를 계획하고 있다. 그 첫 제품이 최근에 내놓은 「맞춤PC」. 이 맞춤PC는 특정 모델명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양으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겠다(BTO)는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LG IBM은 이 맞춤PC 전략이 시장구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또 가격측면에서도 기존 제품에 비해 10∼15% 정도 낮추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도 올해 데스크톱PC의 판매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18만대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2∼3% 정도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통신은 올해 데스크톱PC의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15만대 수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제품다양화와 유통확대 등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3위권 안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전자는 미국 컴팩컴퓨터와의 전략적 제휴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올해도 대기업 PC제조업체 중에서 탈꼴찌가 어렵게 됐다.

올해 국내 PC시장의 변화요소 중 하나로 외산제품과 중소 조립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중소조립 제품은 지난해 하반기에 뉴텍컴퓨터, 큐닉스컴퓨터 등을 비롯해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부도남으로써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자리수를 유지해온 시장점유율이 올해에는 한자리수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외산 PC도 원화 환율상승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국산제품보다 값이 더 올라 실판매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리고 국내 PC업계는 올해 내수시장 감소외에도 원화 환율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 가중, 부품수급난 등 이중삼중고를 겪어야 할 판이다. 우선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고환율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이를 당장 개선시키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운용체계(OS)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올해 추가로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7백억원 이상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PC의 가장 핵심부품이라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도 전량 인텔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서 원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PC업체들이 올들어서자마자 제품가격을 올린 것도 이러한 수급구조로 인해 환율상승분을 견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PC업체들은 원가구조는 물론 물류, 서비스 등 전반적인 비용절감에 역점을 둬이처럼 원가상승이 불가피한 부문을 조금이라도 만회해보겠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PC에 들어가는 부품의 내재화율을 높여 현재 60% 이상(금액기준)에 달하고 있는 부품 수입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또 PC에 기본으로 제공해오던 노래방 및 영화비디오 CD, 마이크, 본체 및 모니터 전원을 연결시켜주는 전원코드인 멀티탭 등 비교적 사용자들의 활용가치가 낮은 품목 및 기능들을 삭제하면서 PC의 제조원가를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일괄적인 대량생산 체제에서 탈피해 사용자가 원하는 사양으로 PC를 제공하는 주문자생산방식(BTO)을 적극 도입하는 한편 펜티엄 MMX급의 고성능 멀티미디어PC에서 제공되던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크게 축소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보는 그동안 기본으로 제공해오던 3차원 및 악기음(MIDI) 등을 지원하는 통합사운드 기능 대신 기본적인 FM사운드기능만 지원하는 동시에 영상통신용 소프트웨어, 스피커폰, 전화번호부 기능을 포함하는 통신소프트웨어 패키지 등은 없애기로 했다.

삼보컴퓨터는 특히 오는 2, 4분기중에 미국 인텔이 저가형 펜티엄Ⅱ(일명 코빙톤) CPU 및 칩세트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재 고가형PC로 인식되고 있는 펜티엄Ⅱ PC의제조원가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통신은 그동안 여러 업체들로부터 주기판, 케이스, 전원공급장치 등을 구매해오던 것에서 탈피해 이들 부품의 공용화를 통한 대량구매로 부품구입가를 줄여 PC제조원가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계획이다. 또 이 회사는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스크톱PC의 경우 하청생산으로 대체하는 등 생산구조 조정을 통해 PC의 제조비용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LG IBM도 올해 인텔칩 대신 인텔호환 CPU의 사용을 크게 늘리는 한편 동일한 성능이라도 PC에 내장되는 기능을 소비자층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해 PC원가는 물론 가격인상요인을 흡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다수 PC업체들은 인텔사가 주도하는 펜티엄Ⅱ 프로세서의 채택을 늘리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인텔 호환칩과 현재 주력판매 상품인 MMX 펜티엄급 PC를 당분간 계속 유지, 고급지향형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PC업체들이 올들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도 IMF 한파로 인한 내수위축과 고환율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원화 환율상승이 상대적으로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여줌으로써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연초에 영업팀을 아예 수출중심으로 재편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PC완제품을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현지공장에서 직접 조립생산하고 국내에서 수출하는 제품은 주기판(마더보드)과 이를 근간으로 한 PC베어본 시스템이 거의 대부분인데 올해 매출액의 절반정도를 수출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3억달러어치를 주로 주문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에 수출했는데 올해에는 5억달러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PC 수출에는 전혀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데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있다. 그 첫번째 조치로 수원 PC사업부내 「OEM 추진팀」을 신설, 유럽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해외 대형 PC메이커를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대우통신은 올해 컴퓨터부문의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억3천만달러로 책정하고 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이 회사는 미국에는 현지법인(DATUS)를 통해 휴대형 항법장치(PNA)와 하반기에 개발완료 예정인 자동차용 오토PC의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 디지털이퀴프먼트사(DEC)에 노트북PC를 대량으로 OEM 수출하고 있는 여세를 몰아 올해에는 핸드PC(HPC), 디지털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드라이브 등 첨단 정보기기의 수출에 대대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들 정보기기 수출확대를 위해 미국내 세일즈 전문가(현지인)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하고 서부, 동부, 중부 등 3개 권역별 지역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했는데 올해 1억5천만달러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지난해까지 동남아와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한 반제품(SKD) 수출에서 올해는 미국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새너제이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미국시장 개척에 적극나서면서 한편으로는 중소규모의 유통업체들을 공략, 올해 완제품 기준으로 3만대 정도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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