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빗어 넘긴 머리에 약간은 길어보이는 턱 밑 수염의 소유자 조수광씨(28).
옷차림과 외모는 평범한 신세대지만 반짝이는 눈빛의 이 젊은이가 국내에 몇 되지 않는 디지털방송 전문가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제작, 편집에 이르기까지 조씨는 방송 프로그램의 모든 제작과정을 디지털로 처리해낸다.
디지털비디오카세트(DVC)나 디지털오디오테이프(DAT)에 수록한 촬영장면을 컴퓨터로 입력시킨 후 디지털 편집기로 편집, 수정하는 것이 그의 주된 작업 방식이다.
프로그램의 수정이나 복사 횟수에 상관 없이 언제나 선명하고 안정된 화질을 보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설명하는 디지털 제작의 장점이다.
특히 기존 아날로그방식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제작비용을 절감시킬 수도 있다.
디지털방식으로 그가 현재 기획, 제작중인 프로그램은 싱가폴 MTV를 통해 방영중인 미니 다큐멘터리 「Out Of The Box」.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한국의 이색적인 트랜드 선도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유진박을 비롯, 노래방을 운영하는 모범택시 기사, 국내 쇼트트랙 선수들의 훈련모습 등을 전파로 날려보냈다.
『디지털 방송제작은 국내 방송사들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방송 붐이 일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몇몇 CF 제작사 외에는 이를 적극 활용하는 곳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방송사만 해도 디지털방송을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는 프로듀서들이 별로 없는 듯하며 프로그램 제작과정도 지나치게 복잡해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다트머스대에서 정치학과 아시아문화를 전공했던 그가 디지털방송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지난 94년의 케이블TV 설립붐 때였다.
모국어 학습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귀국했지만 한국의 케이블TV 열풍에 편승, M네트에 입사했고 2년의 재직기간 중 외국방송지들을 통해 디지털방송을 알게 됐다고 그는 회고한다.
전문인으로 거듭나야겠다는 욕심에 그는 지난 96년과 97년 캐나다로 건너갔고 그 곳 「필름 스쿨(Film School)」에서 디지털방송 제작과정 일체를 수료했다.
『PC와 TV의 융합이 가속화하는 현 상황에서 프로그램은 곧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개의 프로그램은 여러 개의 응용 프로그램으로 거듭나야 하며 국경과 매체를 초월해 다양한 쓰임새가 창출돼야 한다고 봅니다.』
홍보영상 제작사인 「애드랙스」에 근무하면서 싱가포르 MTV의 프리랜서 프로듀서로도 활동중인 그는 디지털방송 제작과 관련, 지금도 다각적인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 디지털방송실은 그의 즐겨 찾는 실험의 장이다.
그가 애드랙스에서 맡고 있는 일은 디지털 영상과 기업이미지를 조화시키는 것.
그에게 있어 일은 곧 학습의 연장이며 끝없는 시도의 기회인 셈이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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