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만난 사람] 한국후지쯔 안경수 사장

포항제철에 대형 컴퓨터를 공급한 것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일본 후지쯔의 국내 법인인 한국후지쯔가 올해로 창립 24주년을 맞았다. 한국후지쯔는 그러나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외형 매출이 8백억원대에 머무는 등 비슷한 시기에 국내 진출한 미국계 중대형 컴퓨터업체에 비해 사세를 키우지 못했다.

이는 한, 일 양국간의 불행했던 역사로 인한 민족감정과 대일 무역역조를 해소하려던 정부정책이 상호 작용해, 국내에서 한국후지쯔의 사업은 상당부분 제약받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후지쯔가 메인프레임 사업에만 주력해온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처럼 메인프레임 시장에 안주해온 한국후지쯔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의 진원지는 지난 96년 6월부터 한국후지쯔 사장을 맡고 있는 안경수 사장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라는 탄탄한 실력에다 삼성전자, 대우통신의 컴퓨터사업본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화려한 경력을 지닌 안 사장이 한국후지쯔의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이미 변화는 예고됐고, 사장 취임 3년째를 맞는 올해 한국후지쯔는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종합 정보통신기기 전문업체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후지쯔의 안 경수 사장을 만나 한국후지쯔이 장기 비전을 들어봤다.

-한국후지쯔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선 96년 8백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실적이 지난해 1천3백억원대로 60% 정도 불어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컴퓨터업체 중 선두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후지쯔는 오는 99년 5천억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한다는 장기 플랜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후지쯔는 기존 메인프레임과 슈퍼컴퓨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유닉스 서버, PC 및 PC서버, 프린터 등 컴퓨터 주변기기, 네트워크장비 및 솔루션 등 기업 전산에 필요한 모든 IT 수단을 공급하는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변신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국내 진출 외국계 컴퓨터업체 중 한국후지쯔만이 유일하게 통신과 컴퓨터시스템을 일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천억원 플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구체적 전략은 있는지요.

▲현재 한국후지쯔는 약 80여개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갖고 있는 독립 소프트웨어업체와 시스템통합(SI)업체를 지속적으로 영입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들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협력업체가 담당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아마 오는 2000년께 한국후지쯔는 제품별로 국내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기업체질 개선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한국후지쯔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합리적인 전산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사업구조조정을 서두르면서 한편으로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산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한국후지쯔가 보유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데이터웨어하우징(DW), 컴퓨터, 통신통합(CTI) 등 신개념 전산솔루션은 최선의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한국후지쯔는 최근 들어 자회사 설립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특별한 목적이 있는지요.

▲이는 앞서 밝힌 5천억원 플랜의 연장선 상에서 추진하는 것인데 한국후지쯔는 향후 그룹회사로 변신할 것입니다. 사업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별도 독립회사로 분리, 독립시켜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현재 KFL동화, KFL테크, KFL유통시스템 등 3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약 10여개의 자회사를 추가 설립하고 이들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희영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