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의 인터넷사업부에는 흰 피부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이 앉아 있다. 바로 인터넷 기술팀장을 맡고 있는 전밀반(John Milburn, 36) 부장이다.
미국 국적의 외국인이긴 하지만 전 부장은 국내 인터넷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인사로 통한다. 데이콤은 물론 한국통신, 삼성, 나우콤 등 많은 인터넷서비스업체의 네트워크 설계에 그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가 인터넷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 미국 버클리대 재학시절부터. 『85년부터 대학 내 핵물리학연구소의 시스템 관리자로서 CAD시스템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운영하는 등의 작업에 참여했지요. 그때만 해도 인터넷은 전공을 위한 「과외」 일이었습니다.』
지난 91년 포항공대 반사광가속기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한국에 온 전 부장은 초기에는 이용자로서 국내 네티즌의 일원이 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인터넷서비스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좀더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해 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인터넷이 본업이 되고 말았지요.』
전 부장이 핵물리학 연구원에서 데이콤의 인터넷기술자로 직업을 바꾼 것은 96년. 한번 일에 몰두하면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조그만 문제라도 원인을 찾아내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같은 열의와 철저함 덕분에 그는 데이콤의 인터넷기술팀을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팀장을 맡았다. 다른 기업에서 외국인들이 단순한 자문역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것을 고려할 때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데이콤맨으로 일하다 보니 해외 통신업체 사람들에게서 은근히 눈총도 많이 받았다』는 전 부장은 『한국의 인터넷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보다 높은 질의 서비스가 생겨난다』고 강조하는 전 부장은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서로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충고한다.
『앞으로 한, 미간을 ATM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대용량 인터넷 회선을 구축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전 부장은 조만간 데이콤의 인터넷교환센터를 레이어2 수준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아직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가끔 언어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은 「해보죠」라고 답변하길래 곧 해결되겠구나 하고 기다렸는데 영 소식이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안된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더군요.』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한국적」인 사람이 바로 전 부장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퇴근 후 동료나 부하 또는 상사들과의 술자리에 절대로 빠지지 않는 「두주불사형」인 데다 매운 음식 잘 먹기로도 유명하다.
『서울김치는 맵지 않아 맛이 없어요. 포항김치가 맛이 있지요.』 김장김치를 냉동실에 얼려 놓으면 오래도록 먹을 수 있다는 비법까지 귀띔해주는 전 부장은 국내 정보통신업계에서 가장 한국적인 미국인이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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