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 펜티엄Ⅱ칩 CPU공급 놓고 "신경전"

국내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세계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 공급업체인 미국 인텔의 한국현지법인 인텔코리아가 펜티엄Ⅱ 중앙처리장치(CPU) 공급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펜티엄Ⅱ CPU를 채택한 펜티엄Ⅱ PC시장이 국내에서는 아직 활성화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반면 인텔코리아는 PC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펜티엄Ⅱ PC를 주력제품으로 강하게 드라이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텔이 한국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펜티엄Ⅱ CPU를 장착한 제품으로 PC사양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데 대해 삼성이 더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간에 마찰을 빚게하고 있는 펜티엄Ⅱ CPU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MMX 펜티엄 CPU를 대체하기 위해 인텔이 전세계적으로 공급확대에 나서고 있는 주력 프로세서. 또 인텔이 펜티엄Ⅱ CPU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AMD나 사이릭스 등 인텔 호환칩 업체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그동안 지속적인 가격인하로 마진이 크게 떨어진 MMX 펜티엄 CPU를 전면 대체하면서 적정 마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펜티엄Ⅱ CPU 도입에 다소 수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이하면서 고가인 펜티엄Ⅱ PC시장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는 펜티엄Ⅱ PC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MMX PC에 주력할 계획이다. 가계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고급제품으로 무리한 판촉을 전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PC시장은 IMF라는 특수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과거 PC구입의 주요 요건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온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보다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고가형인 펜티엄Ⅱ PC보다는 저가형인 MMX PC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펜티엄Ⅱ PC의 경우 일반적으로 펜티엄Ⅱ CPU에 32MB 메모리, 3.2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56kbps 팩스모뎀 등을 기본 사양으로 갖추는 데 비해 MMX PC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MMX 펜티엄 CPU, 16MB 메모리, 2.1GB HDD, 33.6kbps 팩스모뎀 등을 기본규격으로 채택함으로써 대당 평균 70만∼80만원선의 가격차이가 난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이들 CPU의 공급가격 적용환율이 MMX 펜티엄 CPU의 경우 9백원대인데 비해 펜티엄Ⅱ CPU는 1천2백원선에서 이루어져 실제로는 가격차이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펜티엄Ⅱ 대신 MMX PC에 무게중심을 두는 또다른 이유는 앞으로 4∼5개월 정도 판매할 수 있는 MMX PC 재고물량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PC시장상황도 MMX PC시장이 현재 성숙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처럼 펜티엄Ⅱ PC 공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인텔코리아는 차선책으로 국내 PC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인 삼보컴퓨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삼보가 지난해 11월부터 펜티엄Ⅱ CPU를 탑재한 보장형 개념의 PC인 「체인지업 PC」를 주력모델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돌입하자 삼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인기 야구선수인 박찬호를 모델로 한 삼보의 체인지업 PC가 판매호조를 보이자 인텔코리아는 펜티엄Ⅱ PC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삼보가 펜티엄Ⅱ CPU 공급확대를 위한 자사 전략과 일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삼보가 집행한 약 70억원의 광고비 중 60%에 해당하는 42억원 가량을 지원한데 이어 12월에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실시한 박찬호 페스티벌 때 5만달러의 후원금을 삼보측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인텔코리아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전자는 『삼성이 인텔코리아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자 인텔코리아가 특정 업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인텔코리아가 제공하는 CPU 공급가도 삼성에게 불리하게 차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최대의 PC메이커인 삼성전자와 CPU 공급업체 인텔코리아간의 펜티엄Ⅱ CPU를 탑재한 펜티엄Ⅱ PC의 보급확대 시기문제를 놓고 두 회사간에 이같은 마찰이 일고 있어 올해 국내 펜티엄Ⅱ PC 시장형성에 적지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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