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의 "디지털 인수"-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국 컴팩컴퓨터의 디지털이퀴프먼트(DEC) 인수는 세계 컴퓨터업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인 것은 물론 국내 컴퓨터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컴팩컴퓨터는 이번에 DEC를 인수함으로써 「세계최대의 PC업체」라는 타이틀 이외에도 중대형 컴퓨터를 포함한 전체 컴퓨터시장에서 IBM에 이은 2위 자리를 놓고 HP와 경합을 벌이는 위치로 올라섰다.

한국시장에선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그동안 국내 컴퓨터시장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한국컴팩컴퓨터가 하룻밤 사이에 한국IBM, 한국HP 등과 맞먹는 규모로 변했기 때문이다.컴팩의 에커드 파이퍼 회장이 DEC 인수와 관련해 『컴팩컴퓨터는 DEC를 자회사로 운영하게 된다』고 밝혀 한국컴팩컴퓨터와 한국디지탈이 당장에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배를 탄 같은 회사로 운영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즉 국내의 경우 종업원 80명, 연간 매출액 8백억원에 불과한 다윗(한국컴팩)이 3백40명, 2천1백억원 규모의 골리앗(한국디지탈)을 자연스럽게 삼켜버린 셈이 됐다. 이에 대해 한국컴팩컴퓨터측은 『아직 미국 본사로부터 DEC 인수에 따른 어떠한 언질도 없다』면서 『통상 인수작업에 5,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내 컴팩과 디지털간 조율도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또 최근 무기연기된 현대전자와의 PC사업 전략적 제휴건에 대해선 컴팩 본사의 입장에선 아주 국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DEC 인수와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컴팩컴퓨터의 사업범위가 중대형 컴퓨터로 확대되고 회사규모도 4백명이 넘는 현지법인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한국내 PC시장에서도 종전처럼 소극적인 사업전략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현대전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다시 추진하거나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다른 PC업체와 손잡고 국내 PC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대형 컴퓨터시장의 경우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PC 및 PC서버 중심에서 중대형 컴퓨터쪽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한국컴팩컴퓨터의 움직임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컴팩컴퓨터가 DEC을 인수함에 따라 기존 DEC의 유닉스 서버 및 솔루션 등이 컴팩컴퓨터의 제품 라인업으로 추가되는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결국 컴팩컴퓨터는 기존 PC 및 PC서버에서 유닉스서버, 워크스테이션,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소프트웨어 등 기업 전산환경에 필요한 거의 모든 솔루션을 갖춘 종합컴퓨터 공급업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DEC을 자회사로 운영한다는 기본 방침외에 컴팩컴퓨터와 DEC간 사업통합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이번 인수에 따른 해외 판매 법인통합 및 제품 브랜드 통합, 마케팅 전략, 유통채널의 단일화 방향 및 시기 등은 점칠 수 없지만 조만간 이와 관련된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냐는 게 국내 컴퓨터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지난해 인수한 탠덤컴퓨터를 연내에 흡수합병하고 제품 라인업까지 단일화했던 컴팩컴퓨터가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DEC을 흡수 합병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컴팩컴퓨터의 국내 판매법인인 한국컴팩컴퓨터와 DEC의 국내 판매법인인 한국디지탈의 통합도 조만간 가시화되고, 전례에 비추어볼 때 제품 라인업도 단일 브랜드로 일원화될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새로 거듭나게될 한국컴팩컴퓨터는 기존 PC 및 PC서버, 워크스테이션, 유닉스 서버, 무정지형 대형서버 및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장비 등에 이르는 토털 솔루션 공급체제를 확보하게 돼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 선두자리를 놓고 한국IBM, 한국HP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2,3위 경쟁을 벌여온 한국디지탈과 국내 PC서버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고수해온 한국컴팩컴퓨터가 결합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두 회사의 매출을 합산한 것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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