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1시. 대우정보시스템의 사내정보망 「광장」란에는 「동료의 아픈 아기가 급히 수혈받아야 한다」는 긴급한 사연이 떴다.
「광장」은 대우정보시스템이 96년초 그룹내 구축한 그룹웨어인 「PILOT시스템」의 한 코너로 제안, 생각하는 글, 유머 등 전임직원이 자유롭게 글을 싣는 일종의 전자 게시판.업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 회사 기업문화의 사이버 중심지로서 전임직원이 수시로 접속하는 인기 데이터베이스다.
점심식사 직후, 담배를 태우며 옆자리 직원과 국내경제 한파에 대해 씁쓸한 농담을 나누다 자리로 돌아온 박대리는 버릇대로 「광장」에 들어갔다.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과천전산센터 J대리의 여섯살박이 어린 딸이 수술을 앞두고 많은 양의 수혈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매 수혈 때마다 성인 여덟명이 제공할 수 있는 만큼의 혈액이 필요하니 서울과 과천에 근무하는 직원 중 가능한 사람들은 급히 협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마침 O형인 박대리는 수혈의사를 밝히기 위해 명기돼 있는 연락처로 즉시 다이얼을 돌렸다. 그러나 통화중.
『「광장」에 게시하자마자 20여명이나 되는 자원자들이 연락해 왔습니다. 구미에 근무하는 직원까지 피를 나누어 주겠다고 나섰구요. 자원자도 이제 충분히 확보됐습니다. 미처 혈소판 검사를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발길을 돌린 직원도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IMF 상황에서도 동료애만은 시들지 않았음을 실감했습니다.』 이 내용을 게시한 이 과장의 말이다.
그는 또 『10년 넘게 정보통신업계에 근무해왔지만 이번처럼 그룹웨어를 통해 마치 한 부서 안에서 오가는 얘기처럼 즉각 이뤄지는 공론화 효과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인다.
다음날인 24일 오전 9시. 대우정보시스템 직원들은 코끝 찡한 감사의 편지를 「광장」에서 접했다. 정보시스템 상에서 펼쳐진 동료애에 큰 힘을 얻은 아기아빠 J대리의 감사하는 마음이 다시 한번 사이버공간을 타고 동료들에 흘러든 것은 물론이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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