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프린터] 기술동향

보다 저렴하고, 보다 빠르고, 보다 선명한 인쇄물을 출력하기 위한 제품 고급화 경쟁이 국내 프린터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내 프린터산업은 매년 20∼30%씩 그 수요가 늘어나는 유망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고,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데다 가격 또한 매년 30%씩 떨어지는 변화무쌍한 산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따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기 위한 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특히 올해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인한 프린터 수요위축이 예상되는 데다 가격인하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국내 프린터업체들은 생존차원에서 기술개발 및 판촉에 나서고 있다.

올해 국내 프린터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기술경쟁이 예상되는 부문은 고선명 출력기술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미 시중에는 출력 해상도가 1천4백40dpi에 달하는 잉크젯 프린터까지 출시될 정도다. 이 정도의 해상도는 인화지에 전사된 사진보다도 선명한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최대 출력 해상도는 1천2백dpi 정도였다.

프린터업체들이 사진에 맞먹는 고선명 해상도를 시현하기 위해 자사 프린터에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술은 「포토페인팅 기술」. 포토페인팅이란 전용지나 특수잉크를 사용해 마치 사진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컬러출력 기능으로 이를 탑재한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하면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 영상회의시스템, 인터넷 등을 통해 입수한 이미지 데이터를 일반 광학사진처럼 선명하게 출력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한국HP, 롯데캐논 등 국내 주요 잉크젯 프린터업체들은 모두 포토페인팅 기법을 이용한 제품을 주력 기종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사진출력에 가까운 고선명 잉크젯 프린터 「마이젯2」를 출시한 것을 계기로 불붙기 시작한 프린터의 고선명 경쟁은 삼보컴퓨터의 「스타일러스」 시리즈, 한국HP의 「데스크젯 670」, 롯데캐논의 「BJC-5500K」로 이어지고 있다. 고선명 출력기능과 함께 올해 프린터업체들이 내걸고 있는 핵심기능은 바로 복사기만큼 빨리 출력물을 인쇄하는 「고속 출력기능」이다. 일부 잉크젯 프린터 업체들은 고속프린팅의 대명사인 레이저 프린터보다 인쇄속도가 빠른 고성능 컬러제품을 출시해 관련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삼보컴퓨터, 한국휴렛팩커드, 롯데캐논 등 주요 프린터 공급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출력속도를 10장 이상으로 높인 고성능 레이저프린터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또 분당 6∼8장 이상씩 고속으로 인쇄물을 출력해주는 보급형 잉크젯프린터도 잇따라 등장해 속도경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가장 빠른 레이저프린터의 출력속도는 분당 8장 남짓했고 보급형 기종은 분당 4장 정도에 불과했다.

일반 복사기가 동일한 문서를 분당 20장씩 단순 복사하는 데 비해 프린터는 각기 다른 내용의 문서를 분당 10여장 인쇄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연말경이면 분당 14장 정도 인쇄할 수 있는 초고속 출력기종의 출시도 가능할 수 있다』며 프린터의 고속출력 경쟁은 이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HP가 지난해부터 전략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데스크젯 870」 모델의 경우 흑백인쇄시 레이저프린터와 동일한 속도인 분당 8장을 인쇄할 수 있다. 또 한국HP는 최저가형 프린터 「데스크젯 670K」를 추가로 발표하는 등 인쇄속도를 배가하면서 품질을 염두에 둔 제품 라인업 보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일본 엡슨사의 엔진을 사용한 고성능 잉크젯프린터(모델명 스타일러스칼라 800H)의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이 제품은 1천4백40dpi의 해상도에서 분당 8장 정도의 훅백 인쇄물을 출력할 수 있다. 롯데캐논도 분당 7장씩 고속인쇄가 가능하고 연속용지, 고광택필름, 직물용지 등 특수 출력용지를 지원한 A2용지 컬러프린터 「BJC 5500K」를 올해 주력기종 중 하나로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속도경쟁은 레이저프린터 부문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HP는 첫장의 인쇄 대기시간을 기존 1분에서 18초로 단축한 「HP 레이저젯 6L」을 주력상품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코리아제록스는 네트워크 상에서 프린터 서버로 활용 가능한 고성능 네트워크 프린팅 시스템 「제록스 α2063」과 전원을 켠 후 75초 이내에 첫장을 인쇄하고 분당 12장씩 출력 가능한 「제록스 α1261」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텍트로닉스는 분당 14장을 인쇄할 수 있는 「페이저 560」, 엘렉스테크는 고속 연산처리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해 분당 17장 인쇄할 수 있는 「하이퍼레이저 3170」을 시판중이다.

고선명, 고출력 경쟁과 더불어 올해 프린터업계는 토너분사량과 소모품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HP, 롯데캐논 등은 최근 인공지능 기능을 이용해 잉크 분사량과 토너 사용량을 절감시킬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조만간 비슷한 저비용 구조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프린터업체들이 유지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고효율 프린터 출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무엇보다 프린터 하드웨어 공급가격이 크게 떨어져 더이상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프린터 본체 가격은 저렴하지만 잉크젯용 잉크카트리지나 레이저 토너카트리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수용하려는 인식이 프린터업계에 확산된 것도 저비용 고효율 프린터의 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프린터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주요 업체들의 부품 국산화 노력은 올해는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핵심부품인 엔진을 자체 생산하거나 외국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는데 아직까지 국산 엔진은 선진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린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린터 가격의 60∼80%를 차지하고 있는 엔진이 프린터의 경쟁력을 거의 좌우한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세계 프린터 엔진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프린터 엔진생산에 나서는 한편 엔진기술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 잉크젯프린터와 레이저프린터 핵심부품인 엔진과 나머지 부품들을 개발하면서 프린터의 국산화를 선도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레이저프린터 엔진을 자체 생산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LG전자는 올해 프린터 엔진을 「월드와이드 브랜드」 상품으로 키워 나간다는 전략아래 엔진고급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LG전자는 미국 제록스사와의 합작으로 지난해 설립한 「GS제록스사」를 통해 잉크젯 엔진 핵심기술을 전수받아 잉크젯 프린터용 엔진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미국에서 생산한 잉크젯 엔진을 내수시장은 물론 외국 주요 프린터업체에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중이어서 전세계 프린터용 엔진시장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HP, 한국텍트로닉스, 롯데캐논, 코리아제록스, 신도리코 등 외산 수입품을 공급하고 있는 외국기업 현지법인 및 합작법인도 한글폰트를 탑재하고 구동드라이버를 한글화하는 등 국내 실정에 맞는 제품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린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IMF여파로 프린터의 수요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부추길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면 예년에 못지 않은 호황을 누릴 수 있다』고 밝히면서 △저가격 △고출력 △고선명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프린터업계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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