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 공급과잉.가격하락 "불안"

지난 6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은 올해도 확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는 92년 등장 이래 약 5년간 출하액과 출하량에서 모두 급상승세를 계속해 왔다. 특히 지난 96년에는 출하량이 1억1천6백25만셀로 전년대비 2백70%나 증가하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상반기 노트북PC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주춤했다. 1,4분기 중 신장률이 크게 둔화돼 출하량은 월평균 1천3백59만셀로 전년 4,4분기 실적을 크게 밑돌았다. 2,4분기에도 부진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회복세로 돌아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3,4분기 출하량은 월평균 1천7백1만셀로 증가했고, 4, 4분기에는 더욱 늘어 월평균 2천47만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리튬이온전지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확대세를 계속해 4,4분기 경우 출하량이 월평균 약 3천만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공급과잉과 그에 따른 가격하락 등 불안요인을 안고 있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리튬이온전지의 공급과잉은 일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지난해는 3, 4분기 수요 확대에 따른 출하량 증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올해는 공급능력의 신장률이 지나치게 높을 것으로 예상돼 사정이 다르다.

리튬이온전지 업계의 생산력은 이미 지난해 말로 월간 3천만셀을 넘어섰다. 이들 업체는 올해도 생산력을 대폭 증강할 계획으로 있어 연말에 가서는 월간 생산력이 4천6백만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2, 4분기 예측수요가 월평균 2천1백74만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공급력 과잉상태에 들어서 있고, 연말 기준으로는 공급력의 절반가량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온전지 업체들은 생산력 증강 속도를 늦출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에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지만 리튬이온전지 기종별로는 즉, 셀 크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공급이 달리는 제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공급과잉에 빠져 있는 것은 초기 제품인 원통형 리튬이온전지인 18650셀(18×65㎜)이나 각형 리튬이온전지인 34488셀(34×48×8㎜) 등이다.

이에 대해 최근 들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크기의 리튬이온전지는 공급부족이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원통형인 17670셀(17×67㎜), 각형인 30486셀(30×48×6㎜)이다.

제품크기에 따른 공급과잉과 공급부족이 동시에 벌어지는 것은 하나의 제조라인에서 기종이 다른 셀을 동시에 제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업체로서는 새로운 제조라인을 증설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리튬이온전지의 경우는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4, 4분기 18650셀을 9개 사용한 전지팩(1셀의 에너지용량은 1천3백50∼1천5백㎃/h)의 가격은 60∼65달러였으나 올 2,4분기에는 55달러(셀 에너지용량 1천5백∼1천6백㎃/h)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수요가 확대되는 새 기종의 경우는 가격하락 폭이 극히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리튬이온전지 업계는 노트북PC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만을 올해 최대의 유망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도시바, 컴팩컴퓨터, 일본IBM, 후지쯔, NEC 등 대형 컴퓨터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시장은 이미 그 전지의 공급구조가 굳어져 있어 리튬이온전지 업체간 점유율 변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달리 대만시장은 변동요인이 많다. 특히 올해는 대만의 노트북PC 업체들의 리튬이온전지 채용을 높일 계획으로 있어 그 수요가 배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 증가분을 얼마나 획득하느냐가 관건이고, 이에 따라 업체간 점유율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대만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는 최대 업체인 소니에너지텍과 2위 업체인 산요전기가 수위 다툼을 벌이고 있고 그 뒤를 NEC 자회사인 캐나다모리에너지와 일본모리에너지가 바싹 좇고 있다. 반면에 3위 업체인 마쓰시타전지공업과 에이티(AT)배터리는 점유율이 매우 낮다.

그러나 이 같은 업체간 점유율 차이는 사실 제품성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AT배터리와 마쓰시타전지의 전지성능은 소니 등에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에너지 용량이나 품질, 가격 등에서 경쟁제품을 능가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마쓰시타전지와 AT배터리가 대만에서 부진을 보이는 것은 공급과 서비스체제가 빈약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이에 반해 소니, 산요전기, 모리에너지 등은 사용자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전지팩을 현지에서 조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술지원을 위한 전문인력도 현지에 두고 있다.

향후 대만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의 일본업체간 판매확대 경쟁도 제품가격이나 성능보다는 어느 업체가 좀더 나은 기술적 지원체제를 갖추느냐에 따라 그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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