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인터넷 붐 확산에 힘입어 크게 활기를 띠었던 번역 소프트웨어(SW)시장이 최근들어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IMF 한파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침체도 이유지만 그보다는 번역률 시비에 이은 업체간 덤핑공방으로 번역SW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업체들의 광고와는 달리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번역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틈을 이용해 일부 개발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의 가격파괴를 넘어선 덤핑판매는 유통질서를 파괴해 이제 막 꽃봉오리를 피우려는 번역SW시장의 존립 자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번역SW시장에 덤핑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은 모업체가 기존 제품의 10분의 1수준인 3만원대 영한번역SW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제품은 사전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번역률로 인해 값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이 제품은 번역SW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업체들의 덤핑욕구를 자극하는 촉매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3만원대 번역SW가 출시된 이후 용산등 유통상가나 벼룩시장엔 1∼2만원대 번역SW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시장을 일순간에 혼란에 빠뜨렸다.
이는 1∼2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번역SW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어느정도 인정받음으로써 정식 유통채널에서는 20∼3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소위 잘나가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덤핑제품을 만든 개발사에는 경쟁사와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나 문제의 개발사는 자신들이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라며 결백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나름대로 덤핑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인 개발사측은 『덤핑판매의 근원지를 찾아내진 못했지만 경기악화로 이미 부도를 냈거나 부도위기에 몰린 유통업체들이 현금확보 차원에서 제품을 헐값에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개발사측은 또 『덤핑물량의 또 다른 루트로 싼 값에 번들로 납품된 제품들이 번들로 제공되지 않고 유통시장에 흘러들어온 것을 간접 확인했으나 현재로선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자신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오히려 울먹였다.
이에 대해 경쟁사측은 『유통업체들의 부도로 일부 덤핑물량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덤핑물량의 규모를 볼때 개발사측에서 재고처분을 위해 의도적으로 눈감아 주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개발사측에 대한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덤핑사태가 예상외로 크게 확산되자 문제의 개발사측은 『덤핑제품의 경우 업그레이드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헐값에 구입한 만큼 나중에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은 번역SW를 구입시 반드시 정품등록카드를 확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덤핑사태로 번역SW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대다수 업체들은 지난해말께 이미 개발을 끝낸 신제품의 출시를 1.4분기 이후로 미루거나 업그레이드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있어 시장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의 개발을 끝냈지만 솔직히 용산등 유통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가 두렵다』며 『당분간 모든 제품을 본사에서 통신 또는 우편판매할 방침이며 상반기중 SW전문 사이버쇼핑몰을 개설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방침』이라며 덤핑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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