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에로비디오 제목 지나치다

IMF 한파로 국민 여가문화가 다시 안방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안방여가의 주요 수단인 비디오 보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륜실)의 밝은문화모임 영상, 음반 모니터회는 「97년 모니터 종합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가운데 비디오부문에 대한 메시지는 「에로비디오의 선정성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기륜실은 보고서를 통해 16㎜ 비디오영화의 선정성이 지나치기 때문에 「건전한 사회윤리와 청소년들의 정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계속 남아 있는 비디오 사전심의제도를 옹호했다. 그러나 공륜(현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심의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외설적인 제목과 내용의 비디오가 일반 비디오 대여점에 공급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기륜실은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제20조 8항에 「제명(제목)이 저속 또는 외설적이거나 내용과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자극적 또는 음란스럽게 과장 표현된 경우에는 심의 불가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선정적인 제목의 비디오가 대량 보급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힘든 외설적인 표현들이 대중을 상대로 한 상품에 쓰이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륜실측은 『심의가 수치화, 객관화할 수 없는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심의위원들의 주관에 따르다보니 선정적인 제목의 영화가 몇차례의 제목수정을 거쳐 결국에는 통과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정을 통해 심의를 통과한 제목과 불가판정을 받은 제목의 편차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제목의 영화들은 「언제나 찾는 사람이 있다」는 제작사 및 대여점주들의 믿음 아래 꾸준하게 양산되고 있다. 유호프로덕션, 무비뱅크, 에로스홈비디오, 좋은영화, 매체문화, 팬클럽, 대한문, 초록스크린, 핑크하우스 등 군소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이 2천만∼4천만원대의 제작비를 투자, 극장 상영없이 비디오로 출시하는 것이다. 이번달만 해도 「포르노극장2」 「젖소처녀 나타났네」 「뼈와 살이 녹는 밤」 「볼꺼리」 「쇼킹부인」 「칙칙이 넘버3」 「자라부인 신바람났네」 「사무라이 춘화도」 「엔조이 섹스」 등이 시중 비디오점에 배급된다.

이들 영화는 열악한 제작비, 영상미 결여 등으로 경쟁력이 없는 나머지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객의 시선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일부 제작사들은 비디오대여점에 한두 장 값으로 대여섯 장을 추가 임대해주는 파격적인 영업을 전개하는 등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기륜실의 한 관계자는 『에로비디오물에 대한 모니터 결과 일상생활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제목)이 많아 심의기준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하는 한편 『청소년보호법으로 에로비디오에 대한 청소년 접근을 법적으로 차단했지만 동네 구석구석에 포진해 「안면」으로 장사하는 대여점주를 완전하게 통제할 만큼의 효력은 입증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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