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영상산업 쟁점 (4);저작권 집중관리제

괄목할 성장을 거듭하는 컴퓨터, 정보통신의 발달은 국제 문화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미술, 음악, 어문 등 관리영역의 구분이 명확했던 저작물들이 컴퓨터통신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세계 구석구석에 배포되면서 국제 저작권관리질서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96년 말 스위스 제네바 외교회의에서 채택된 「WIPO 저작권조약」 및 「음반실연조약」은 향후의 국제 저작권질서 변화의 기준이 돼 디지털 송신과 관련한 「공중전달권」의 수용여부와 PC통신공간상의 「일시적 저장(복제)」에 대한 제재여부가 집중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르면 3월,늦어도 5월까지 새 저작권법안이 입안되고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 87년 이후 10년여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국내법 개정에서는 디지털 의제와 같은 국제적 관심사는 물론 사적복제보상금제,분쟁조정제도에 대한 정비,인격권 범위의 확대 등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국내 저작권 관리계통의 굵은 뼈대였던 집중관리제도의 개선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 집중관리제는 「관리 효율성」과 「독점 조장」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개선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집중관리단체들은 저작물 복제, 배포매체의 발달로 복잡다기해진 저작권 관리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관련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전자통신공간을 비롯한 각종 문화환경내에 등장하는 원저작물의 수가 너무 많아 해당 저작물마다 일일이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낼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집중관리단체의 포괄적이고 일률적인 관리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대부분이 집중관리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난 집중관리제에 반대하는 측은 『국내 집중관리단체들이 선진국 만큼의 관리능력이 없어 오히려 집중관리제가 시장발전을 저해함은 물론 혼란을 가중시키고 독점을 낳고 있다』며 이의 개선을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음악,어문 등 각 저작물별로 1개 집중관리단체가 허가된 가운데 총 5개의 단체가 활동중인데 모두가 전근대적인 관리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저작물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하고 있는지,원저작권자는 누구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집중관리를 맡겨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국들이 3개 집중관리단체에 음악사용과 관련해 일괄지불해온 저작권료가 상당부분 잘못 지급된 사례도 늘고 있다. 뜻밖의 저작권 관리자가 나타나 무단사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가 하면,사용료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요구는 민간 저작권 관리대행 전문업체들의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증가하는 경향이다.

이같은 혼란은 저작권자의 거소 및 재산권 소유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일괄지급된 것과 기존 집중관리단체들이 위탁관리권을 보유하지 않은 저작물을 분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어떤 집중관리단체는 나중에 나타나는 저작권자의 사용료 지불요구를 대비한 「공탁」 및 「적립」도 없이 임의대로 징수,분배하는 잘못도 저지르고 있다.

이같은 집중관리단체들의 제도운영 오류에 대한 개선요구가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 증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등록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및 자료의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는 집중관리제는 해당 단체의 「이유없는 독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권리관계가 명확해 관리단계가 복잡하지 않은 음반복제, 배포권과 같은 부문은 과감하게 민간에 이양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다.

올해 이뤄질 저작권 집중관리제 손질은 향후 최소 10년간의 국내 저작권 관리질서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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