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과학기술처 위상 높여라

張水榮 포항공과대학교 총장

우리나라는 6, 25전쟁 이후 최악의 국가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두 달 동안에 원화가치가 반으로 하락하고 대량실업 사태가 예견된다. 이렇게 된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원인 가운데 두 가지는 바로 우리 고유의 기술이 별로 없어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없다는 것과 과학기술처의 위상이 낮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한때 1달러당 80엔까지 내려가는 엔화 강세 속에서도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광학제품,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모두 과학기술을 육성, 지원해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실천의지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는 재정경제원이 정부의 모든 결정을 주도해 왔으며 과학기술처의 위상은 너무 낮아서 발언권이 거의 없었다. 예산도 겨우 1조원을 넘었을 뿐이다. 내달에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처는 정부 관청 중에서 그래도 과학기술자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 온 것이 사실이다. 소문에 의하면 과학기술처를 다른 곳으로 통합한다는 말도 있으나 새 정부에서는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

일본은 과학기술청을 문부성에 통합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일본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일본 문부성의 예산은 정부예산의 7% 수준밖에 안되는데 그 이유는 초, 중등교육 예산을 대부분 현(縣)정부에서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부성은 이미 과학연구비의 43%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청을 통합해도 무리가 없다.

한편, 우리 교육부의 예산은 17조원이나 되지만 대학관련 예산은 그 중 10%도 안 되는 액수다. 도쿄대학의 연간 예산이 2천억엔인데 원화와의 환율을 작년도 기준 8 대 1로 하더라도 1조6천억원이 되며, 우리나라 교육부의 대학예산 전체와 같다. 환율을 14 대 1로 계산하면 무려 2조8천억원이나 된다.

현재 우리 교육부는 초, 중등교육과 함께 대학교육까지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다 과학기술 업무를 같이 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반대로 대학교육 부문을 분리해서 과학기술처의 기능을 합해 새로운 「고등교육 및 연구부」를 만들 것을 제의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바로 그와 같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는 「고등교육 및 연구부」라고 부르며, 독일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과학 및 연구부」를 가지고 있다. 이들 부서는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 등 모든 학문분야를 포함해 연구비를 지원하며 대학운영을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는 사립대학이 거의 없고 국립대학이나 주립대학들이므로, 위에 말한 부서에서 대학에 대한 예산배정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처는 교육에 관한 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광주과기원(KJIST) 두 곳만을 책임지고 있으며 타대학의 연구에 대해서는 과학재단을 통한 연구비 지원 외에는 권한과 의무가 없다. 물론 인문, 사회과학 분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나 「고등교육 및 연구부(또는 대학연구부)」를 신설하게 되면 전문대학 이상의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국립대학에 대한 예산배정,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 그리고 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을 통합해 자연과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분야의 연구를 지원하게 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초, 중등교육만 담당하게 해서 인성교육, 도의교육, 환경교육에 치중하도록 해야 된다. 새 정부에서 이와 같은 제안이 채택돼 대학연구가 발전하면 경쟁력 있는 졸업생을 배출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포항공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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