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한국통신 이계철 사장

무인년 새해를 맞는 한국통신의 어깨가 어느 때 보다 무겁다. 98년은 국내 통신시장이 외국에 개방되는 첫 해인데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까지 밀어닥쳐 어느 해 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외국 자본에 대항해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기초자산인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과제라고 볼 때 한국통신이 헤쳐나가야 할 파고는 높기만 하다.

지난해 10월 정부투자기관에서 정부출자기관으로 전환하면서 격변하는 통신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변신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한국통신의 출자기관 초대사령탑, 이계철 사장을 만나 무인년의 새 설계를 들어보았다.

-한국통신이 민간기업으로 변신하는 중요한 시점에 출자기관 초대사장을 맡으셔서 책임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출자기관으로의 전환에 대한 평가를 내리신다면.

통신시장의 개방과 경쟁이 가속화되고 점점 어려워져 가는 경제여건 속에서 정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물론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선도해야 할 막중한 사명감에 오히려 숙연한 감이 있습니다. 정부출자기관으로의 전환은 한마디로 정부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가 모든 문제를 결정하고, 결과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율, 책임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제 일반 기업들돐 똑같은 회사가 된 거죠.

-지난 연말에 단행한 조직개편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출자기관으로의 전환에 걸맞게 민간기업형으로 조직을 바꾼게 핵심입니다. 본사의 기획기능을 팀제로 전환해 슬림화하고 마케팅부문을 특히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죠.

-최근 민간기업의 도전에 시달리면서 수익구조가 상당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쟁력 회복의 복안은 있는지요.

국내 통신산업에 경쟁이 도입된 91년 이후 당기순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에도 IMF 한파까지 겹쳐 목표한 당기순이익 실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한국통신도 어느 해 보다 열심히 뛰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지요. 따라서 한국통신은 사업구조와 인력구조, 경영관리 혁신이라는 3대과제를 중점 추진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사업구조의 혁신을 위해서는 모든 사업을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할 것 입니다. 즉 사업의 타당성분석을 강화해 매출액 대비 50%에 이르는 투자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30% 이하로 재조정하고 한계사업도 정비할 계획입니다. 인력구조의 개혁을 위해서는 업적과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제도를 정착시킬 것입니다. 직위와 직급을 분리하고 개인 및 집단별 성과의 공정한 평가를 통해 개인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풍토를 정착시키겠습니다. 경영관리의 혁신을 위해서는 상임이사 중심의 자율적 책임경영시스템을 정착시키겠습니다. 주주총회를 통해 임명된 상임이사에게는 사업수행에 필요한 조직 및 예산 등 제반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고 이에 따른 보상 또는 문책을 강력히 시행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WTO기본통신협상에 따라 국내 통신시장이 대외에 개방되는 해입니다. 외국의 거대 통신기업들이 국내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통신의 국내시장 수성전략을 말씀해주십시오.

말씀하신대로 금년은 국내통신시장 개방 원년입니다. 따라서 국내사업자 보다 기술 및 자본력이 우세한 외국사업자들이 국내시장에 진입할 것입니다. 이들은 크림스키밍(Cream Skimming)전략으로 우선 시장진입이 용이하면서도 고수익이 가능한 시외 및 국제전화 분야 등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IMF체제 하의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외국사업자들의 공세는 보다 강화되리라 예상됩니다. 한국통신에서는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해 이미 지난해에 종합대응계획을 수립, 해당부서별로 착실히 준비해 왔습니다. 특히 마케팅과 품질면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갖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시외, 국제요금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완화돼 한국통신 스스로 요금을 결정할 수 있게 돼 다양한 선택상품을 개발,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통해 국내시장을 방어할 계획입니다.

-IMF관리체제 하에서 국내 통신업계의 해외시장 개척노력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통신의 해외시장 개척 성과는 미흡한 면이 없지 않은데요.

한국통신은 통신시장 개방이라는 환경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사업부문을 강화해 나가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통신은 멕시코, 필리핀, 몽골, 중국, 캄보디아 등 11개국에서 13개의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해 커다란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우선 96년에 필리핀 현지법인을 비롯한 2개 사업에서 2백55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으며, 97년도에는 대폭 증가한 5천3백만달러의 매출이 예상됩니다. 올해도 시장성이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투자기회를 적시에 포착하여 투자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한국통신의 핵심역량인 통신망구축 및 운용경험을 충분히 활용하여 개도국과 중진국의 기본통신망 건설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향후 무선통신, 멀티미디어 사업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전략시장을 선점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해외시장 개척시에는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대기업, 중소기업, 통신공사업체는 물론 경쟁관계에 있는 통신서비스 업체와도 다양한 협력관계를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올해부터는 시외, 국제 등 대부분의 통신요금이 자율화되고 몇년안에 시내전화요금도 자율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통신도 요금자율화의 혜택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떤 요금체계 운용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시외 및 국제전화시장에 요금경쟁이 도입된지 수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정도 정착단계에 와 있고 통신시장이 개방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시외와 국제전화요금을 자율화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봅니다. 이를 계기로 통신사업자에게는 국제경쟁력 향상을, 고객은 경쟁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통신은 요금자율화를 계기로 시외전화사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타사업자와의 요금격차를 축소할 계획입니다. 다만 일률적인 인상이나 인하를 지양하고 선진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고객의 통화성향에 따른 다양한 선택요금제도를 도입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국제전화요금은 환율변동 및 외국과의 국제정산수지 등을 감안하여 탄력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입니다.

-새 정부 탄생과 함께 정보통신부를 포함한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활발합니다. 한국통신 사장으로서 새 정부에 바라고 싶은 말씀은.

정보통신부와 타 부처와의 통합은 상당히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산업이 뭐냐를 우선 생각해 보고 이에 걸맞는 정부조직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새 정부는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의 인가사항으로 돼 있는 통신요금에 대해서도 자율화조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티폰 사업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일단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한국통신이 설비를 인수해야 한다는 지역사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있습니까.

일단 시티폰 사업에 대한 추가투자는 보류시켜 놓았습니다. 지난해 3월에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만1년이 되는 올 3월까지는 현재까지 투자된 시설로 사업을 운영해 보고 그 이후의 진로는 그 때 가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상황이 상당히 유동적인 만큼 활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단 1년도 해보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되죠.

-별정통신사업자가 올해부터 대거 등장해 공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곳곳에서 파고들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통신도 인터넷폰 사업을 비롯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올해의 별정통신사업자의 등장은 지난해 2월 WTO기본통신 협상의 결과 우리나라가 시장개방을 양허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들 사업자는 일정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통신사업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별정통신사업자는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활동과 요금경쟁을 통한 틈새시장 확보를 사업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간통신사업자와는 최종 고객면에서는 경쟁적 관계가 되지만 기간통신사업자의 시설을 이용하므로 결국은 대형고객의 입장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구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통신은 이들의 통신수요를 적극 수용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한 이용제도를 마련, 시행할 계획입니다. 한편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인터넷폰 사업은 전국에 구축되어 있는 인터넷망과 그동안 축적해 놓은 통신망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부산 지역을 대상으로 시험서비스를 시행중에 있으며 이를 통하여 이용자의 반응을 조사하고 현재 국제전화 보다 열악한 통화품질을 개선하여 상용화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상용서비스는 시장동향과 기술발전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통신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정부에서는 본격적인 대외개방 이전에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간 「先 국내경쟁 後 대외개방」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국내시장에서 경쟁확대를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다만 국내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채 확보되기도 전에 IMF관리체제로 인해 우리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어 국내 통신사업자들 역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통신사업에 있어서의 과당경쟁이나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서 기간통신사업자의 추가 허가는 당분간 지양하고 사업자 간의 M&A와 전략적제휴 등의 활성화, 한계사업 퇴출 등도 자유롭게 해 궁극적으로는 유, 무선이 통합된 종합통신사업자간 경쟁위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별정통신사업도 활성화돼 종합통신사업자들이 미처 발굴해 내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종합통신사업자들과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장기적으로 국내통신산업의 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되겠지요. 아울러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시장 개방을 기회로 삼아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좁은 시야를 탈피, 서로 동반자 입장에서 넓은 시야를 갖고 해외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해 나가는 등 상호협력과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리=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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