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I-전자산업 10대 이슈] 스포츠 마케팅이 떠오른다

지난 96년말 나이키사가 5년 계약 조건으로 4천만달러를 한 흑인 골퍼에게 지불했다. 나이키가 이 흑인 골퍼에게 계약금의 대가로 받는 것은 자사 로고가 박힌 모자나 의류, 신발을 사용하게 하는 것과 일정 횟수의 광고에 등장시키는 것이 고작이다. 이 계약을 정상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1년지난 지금 현재 나이키는 스포츠 의류와 신발 등의 판매경쟁에서 리복, 아디다스 등 경쟁사와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나이키의 계약을 무리한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별로 없다. 계약금 이상의 가치, 즉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다.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등장시킨 삼보컴퓨터의 제품광고가 그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스타와 컴퓨터의 접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과는 달리 삼보컴퓨터는 이 광고를 통해 신제품의 시장 안착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4개월이나 앞당겨 놓는 성과를 올렸다.떨어져가던 컴퓨터시장에서 우위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스포츠스타 또는 팀, 스포츠 경기가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이같은 영향력을 활용해 자사의 이익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포츠를 매개체로 하는 「스포츠마케팅」은 이제 국내에서도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과 유럽등지에서는 효과적인 영업전략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탁월한 광고효과에 표적시장이나 세분화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광고로 적격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스포츠마케팅이 올해 국내 전자업계에서도 대단한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는 국민적인 관심사인 월드컵이 열리는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출범한 프로농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프로야구, 프로축구와 함께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은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거나 자사 제품에 대한 홍보를 위해 스포츠팀을 운영하거나 특정팀 또는 선수의 지원, 대회주최 및 후원 등으로 구분된다. 학생이나 가정주부들을 위한 수영교실 등 사회 체육 차원의 지원도 같은 이 범주안에 든다. 기업은 물론 국가들도 세계무대에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스포츠마케팅에 나서기도 하는데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는 국가적인 스포츠마케팅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전자업체를 비롯한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제적인 인지도 상승, 회사와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은 물론 제품판매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등 다양하고 확실한 이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역사는 80년대 초반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어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은 스포츠마케팅의 위력을 국내 산업계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자업체들이 이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국내에 프로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기부터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업계의 경우 해외에서 팀 지원, 대회 후원 등 스폰서 활동을 이미 90년대 들어 시작했다. 낯선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국내에서도 스포팀 운영, 각종 경기 지원 등으로 꾸준한 활동을 펼쳐 왔다.

올들어 전자업계의 스포츠마케팅이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대규모 행사가 몰려 있고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려는 업체, 또 주요행사를 특수요인으로 보고 판매와 직접연결 시켜 나가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종 프로경기는 물론 아마추어대회, 사회체육 등 다각적으로 스포츠 행사에 참여한다. 올해가 전자업계 스포츠마케팅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스포츠마케팅은 가전업계에서 주로 실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양상이 달라져 제품과 정보통신기기생산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의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프랑스 월드컵과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는 가전업체들이 주로 참여한다. 프랑스 월드컵에는 LG전자가 스폰서로 참여한다. 이 회사는 가정용 제품분야 공식 스폰서십을 확보해 놓고 있는데 월드컵 로고와 엠블렘 사용권을 최대한 활용 자사제품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향상시켜 판매 확대로 연결시킨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나가노올림픽의 무선 통신기기분야 스폰서로 참여해 올림픽과 꾸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열리는 방콕아시안게임의 공식 파트너로도 선정돼 있다.

이 회사는 따라서 나가노올림픽에서 자사 휴대전화 및 시스템, 무선호출시스템 및 단말기, 무전기, 베터리 등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높이고 아시안게임에서는 가전제품 동남아지역 시장 인지도 향상을 통한 판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물론 월드컵 특수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 회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무선통신기기분야 공식 스폰서로도 지정돼 있다.

대우전자의 경우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해외판촉과 광고, 서비스, 연구개발 등 부문별 테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3사의 해외에서의 활동은 이같은 대규모행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LG전자는 아프리카 4개국을 초청해 벌이는 「LG컵 축구대회」, 파키스탄 등 5개국초청 「LG배 국제하키대회」, 미국 시니어 골프투어 「LG챔피언십」 등 지원행사를 올해도 계속한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도 헝가리 VACFC축구팀, 중국 천진축구팀 주요지역 국가들의 스포츠 팀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등장시킨 삼보컴퓨터의 컴퓨터 광고와 노트북 PC를 사용하는 축구 국가대표 감독 차범근씨의 이미지를 활용한 삼성전자의 노트북광고에 이어 주요 전자업체의 업체의 스포츠스타 끌어들이기가 확산 될 전망이다.

특히 프로야구의 경우 최근들어 일본과 미국에 선수들이 대거 진출하는 등 프로 스포츠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늘어 스포츠마케팅의 중요자원 중의 하나인 스타 공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프로농구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전자와 나래이동통신, SK텔레콤이 팀운영은 물론 팀을 활용한 자사 이동통신서비스에 나서면서 서비스업체들의 스포츠마케팅도 앞으로 크게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해지는 스포츠 욕구 및 관심, 각종 구기종목의 프로화 등으로 스포츠를 매게로하는 스포츠마케팅의 중요성은 국내외에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환경변화와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대 축제인 아시안게임, 겨울 스포츠의 꽃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는 국내 전자 관련업계의 스포츠 마케팅이 어느때 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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