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과학기술처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마련한 「과학기술과 경제와의 연계강화 추진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등 사실상 탁상행정에 그치고 있다.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처와 출연연구기관은 지난 96년 11월 과학기술 정책이 경제, 산업, 사회, 국방 부문과의 연계가 미흡하다고 판단, 과학기술과 경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담은 「과학기술과 경제와의 연계강화 추진 계획」을 만들었으나 시행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획대로 추진된 것이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과학기술 부문과 통상, 고용, 국방, 안보, 환경, 노동, 문화, 사회정책 부문은 물론 신공항, 고속전철, 통신위성 등 대형국책과제와 연계시킨다는 내용의 장기 추진 방안은 현재까지 세부시행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는 등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과기처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투자액이 매출액의 0.41%에 그칠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기술개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50%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 연구개발 자금조달 및 인력 확보 방안, 연구기자재 공동이용 방안과 함께 연구기관의 중소기업 기술지원, 각종 기술이전센터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거의 시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종합기술금융의 올해 기술개발 자금지원 규모를 1조 5천억원으로 확대하고 이중 90%이상을 중소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과기처의 방침도 불구하고 연구원 창업기업 등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기술담보제도 혜택은 고사하고 융자신청시 기존처럼 담보를 요구해 융자를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출연연들이 내세운 기관 특성에 맞는 기술지도 및 기술이전 상담실도 과기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출연연에서 시행조차 하지않고 있으며 국산신기술제품 등을 포함한 우수기술제품에 대한 초기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약속마저도 각 기관, 단체, 기업 등의 외면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연구환경과 생산현장을 연결시키기 위해 출연연 연구원이 일정기간 기업체에 파견근무하도록 하는 정책을 비롯해 연구성과에 대한 기술마케팅 실시, 기술시장, 연구시장 기능 활성화 등의 계획도 아예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이처럼 정부가 내세운 「과학기술과 경제와의 연계강화 추진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책입안 당시부터 출연연과 기업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식 대책이 수립됐기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재경원 등에서 「경쟁력 10%올리기」등의 운동이 진행되자 이에 맞춰 기존 연구기관에서 수행하던 각종 제도에 대해 외형만 바꾸거나 예산이 뒷밭침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 발표했기 때문으로 꼽고 있다.
이에대해 연구원 창업기업 모임인 대덕21세기회 회원사들은 『일부 출연연에서 중소기업 기술지원 등 각종 제도를 마련, 시행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연구원들이 아직도 중기기술지원에대해 회의적』이라며 『정부차원의 제도마련도 중요하지만 출연연 스스로 중소기업의 역할에 대해 깨닫고 기술지원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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