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객을 잡아라」.
노래반주기나 앰프, 디스플레이 장치, 스피커시스템 및 AV악세서리 등을 구매하고자 했던 노래방 업주들은 지금까지 서울의 유명 전자상가를 들러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야 했으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노래반주기 업체들의 지역 대리점들이 소비자들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노래반주기 업체들의 지역 대리점은 서울 세운상가나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초대형 딜러들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초대형 딜러들은 제조업체들이 생산한 각종 노래반주기들을 구비해 놓고 거의 원가에 가까운 싼 값으로 대량 판매했기 때문에 노래반주기를 사려면 이곳에 와야 하는 것이 당연시돼 왔다.
그러나 최근 지방 노래반주기 대리점들이 서울 대형 딜러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싼 값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딜러들과는 달리 이들은 소비자들의 만족을 1백% 충족시켜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래방을 개업하려는 업주들은 수십 종에 달하는 각종 노래반주기의 특성과 장단점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이 제품과 가장 잘 매칭되는 스피커와 앰프는 어떤 제품이 있는지, 또 이를 자기 업소에 설치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 대리점들은 소비자들의 이같은 고민거리를 해결해줌으로써 지역 고객들로부터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반주기, 앰프, 스피커, 영상출력장비, 마이크 등의 제품 선정에서부터 이를 고객들의 업소에 설치해주는 시공작업까지 소비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대행해주고 있다. 제품이 고장나거나 AV악세서리 등을 교체해야 할 때에도 굳이 복잡한 서울 시내까지 찾아갈 필요 없이 가까운 지역 대리점을 찾아가면 된다. 이곳에서 경쟁 노래방의 정보나 최근 동향을 수집할 수 있는 것도 노래방 업주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태진미디어의 경우 56군데의 대리점들이 과거 단순히 제품판매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 반주기 시스템을 시공하는 업무까지 겸업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인천, 부천 지역의 일부 대리점들은 노래방 개업에 필요한 각종 제품과 시공 인력을 확보해놓고 지역 노래방 공사를 도맡아 처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노래반주기 대리점들의 입장에서는 노래반주기 시스템 설치공사까지 처리하는 것이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전국에 71군데의 노래반주기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는 아싸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지방 대리점들의 매출이 서울지역 대리점들의 매출을 웃돌고 있다. 경인지역에서 약 2천5백 군데의 소형 대리점과 노래방, 단란주점 등을 관리하고 있는 대흥전자판매 역시 시장침체로 부진한 제품판매 부족분을 노래반주기 시스템 설치공사 등으로 메꿔 올해 약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제조업체들간의 가격 인하경쟁이 치열해져 단순히 제품판매만 치중하는 대리점보다 시공 업무까지 담당하는 대리점들의 수익성이 눈에 뜨게 좋아지고 있으며 해당 지역의 단골도 확보할 수 있어 지역 대리점들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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