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서정주의 작품 중에는 「리르바나 이야기」라는 시가 있다. 여기에는 앉은뱅이와 소경이 나온다. 그 둘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만났다. 앉은뱅이는 걸어다닐 수가 없으며 소경은 다리는 멀쩡한데 앞을 볼 수가 없다. 소경이 앉은뱅이을 업으면 서로가 필요한 것을 얻게 되는 셈이다. 하나는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 둘은 그렇게 해서 열반의 세계로 간다는 것이 이 시의 세계다.
사람은 누구가 단점이 있고 장점이 있다. 따라서 장점을 합치고 단점을 보완한다는 것은 숭고한 의미를 갖는다. 소경과 앉은뱅이가 서로의 장점을 합쳐 단점을 보완하듯 말이다.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우리 경제를 초토화하고 있다. 참으로 괴로운 일이긴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무참히 쓰러지고 있다. 기업들에게는 하루하루가 형극(荊棘)의 세월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도 「부도」라는 강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기업의 생사를 담보한 처절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산의 책임이 경영주에 있는 그런 한계기업은 더 이상 존재할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 원인이 실정(失政) 때문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많은 기업인들은 오늘의 경제상황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은 기업이 부지기수다.
이게 다 IMF체제를 불러온 우리 모두의 탓이다. IMF는 본질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겠나. 경제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제부터라도 힘을 합쳐 회생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야 한다. 분노하고 한탄한다고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희망의 뿌리를 착실하게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 시간은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의 편이다.
국내기업들이 일제히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기업마다 갑자기 닥친 경제환난을 이겨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중에는 서로의 장점을 합쳐 IMF시대를 극보하는 기업도 있다. 서정주 시인의 「리르바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희망의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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