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로 "경제위기" 돌파구 찾자

지난 1일 열린 올 무역의 날 행사가 예년과 달리 우울한 분위기에서 치뤄졌다고 한다.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처지로 전락한 만큼 축제분위기일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올해 행사에서는 매년 배출되던 1백억 달러, 50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업체가 올해 하나도 없었고, 전체 수출탑 수상업체나 중소기업의 숫자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이 때문에 전자업계를 비롯한 수출업계에서는 60~70년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같은 특별시책을 동원, 제2의 수출진흥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상황에서 받아 들이기 어려운 주장이기도 하지만 수출이 아니고서는 외화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국가적 현실을 반영한 하소연으로 받아들여 진다. 우리가 직면한 경제위기는 현상만으로 따지자면 외환부족에서 비롯됐다. IMF로부터 긴급 금융자금을 지원받고자 하는 것도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하고 상환에 필요한 외화는 현재로서는 수출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위기의 최종 해결사는 수출 밖에 없는 것이다. 우울한 무역의 날이었지만 모든 기업들이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각오를 다짐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확대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은 지대하다.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 수출은 1천1백22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그러나 수입 감소는 0.6% 에 불과해 무역적자폭이 아직도 1백억 달러가 넘은 1백5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무역적자폭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무역의 날 행사에서 미국 월트디즈니 등에 2천80만 달러 어치의 만화영화를 수출한 코코엔터프라이즈가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개미군단들이 대거 등장해 앞으로의 수출 증대까지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수출증대를 위한 기술개발, 품질향상 등 국제경쟁력 향상에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수출구조가 일본과 달리 특정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그것도 여전히 범용상품에만 집중돼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한, 일 10대 수출상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표적 수출상품인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는 메모리가 90%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고부가가치제품인 비메모리가 60% 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컴퓨터의 경우 우리나라는 모니터 등 입, 출력장치가 80%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입, 출력장치(42%)외에 고부가가치 품목인 기억장치(33%), 휴대용 컴퓨터(12%) 등이 고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품질 면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밀리고, 가격 면에서는 중국 등 후발개도국에 추격을 당해 설자리를 점점 잃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가 최근 미국 현지 바이어 3백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상품의 인지도 및 경쟁력조사에서도 한국상품은 일본에 대해서는 품질 면에서, 멕시코, 중국에 대해서는 가격 면에서 각각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샌드위치 신세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출품목과 수출산업 저변의 확대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폼목은 해외경기나 수급동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취약성을 지니고 있고 이같은 간판품목 위주의 수출전략은 흔히 선진국과 통상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품종 소량체제로 수출전선을 재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리나라 전자수출액은 올 연말까지 4백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당초 목표 4백50억 달러에 비해 30억 달러나 미달되는 수치이다. 이같은 수출저조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여건만 놓고 본다면 현재 원화의 급속한 평가절하로 플러스 요인이 많다. 중요한 것은 전자업계가 이를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출을 늘리는 데는 실행 주체인 기업과 근로자들의 의지가 우선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기관 등 지원기관의 협조도 중요하다. 금융기관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출에 대한 자금지원 만큼은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주는 자세를 가져야만 전자업체들이 수출 확대에 전념할 수 있다. 정부도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WTO협정에서 허용하고 있는 기술개발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우리 수출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해외에서 국산품에 대한 이미지 제고 등 비가격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책을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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