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4MD램 조기증산 의미]

16MD램을 기점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사업의 무게중심을 16M에서 64M로 전환하겠다는 의중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세계 D램시장의 세대교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주력상품이 예상보다 빠르게 세대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은 16M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계속되면서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최근 일부 16MD램 제품의 국제 시세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5달러선이 붕괴된 데 이어 생산원가 수준으로 알려진 4달러선까지 무너지면서 16MD램 생산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16MD램의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진 만큼 64MD램으로의 세대교체를 서두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런 의미에서 최근 반도체업계의 64MD램 증산 움직임은 시장경제 원리상 당연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미국, 일본 등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16M와 64M 제품의 비트당 가격이 역전되는 이른바 「크로스 비트(Cross Bit)」 현상이 나타나면서 64M로의 세대교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세계 반도체시장의 수요변화를 주도하는 미국의 PC산업이 사실상 펜티엄Ⅱ로 완전히 돌아서면서 PC 세트업체의 D램 수요가 64M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64M시장의 조기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 Mbps분기까지 16M 중심으로 이뤄져 온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업체들의 미주지역 D램 공급이 4, Mbps분기들어 64M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금액기준으로 64M분야에서 16M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세계 반도체시장 상황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삼성전자를 제외한 세계 유수의 메모리업체들이 사실상 64M로의 전환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와 함께 64M 분야에 공격적 자세를 취해온 일본의 NEC가 이미 내부적으로 64MD램 생산량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LG반도체와 미쓰비시도 64M 생산량을 3, Mbps분기의 2배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64MD램 증산이 단순히 16MD램 분야의 수익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만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반도체업계의 전문가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대만 등 후발업체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99년말 이후로 예상되는 64M/1백28M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장기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16M에서 머무르고 있는 후발업체들을 64MD램의 물량공세를 통해 추격을 물리치고 반도체 호황 시절의 과점 상태로 자연발생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결국 올해 말을 기점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64MD램이 주력상품으로 자리잡는 99년 상반기까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가격경쟁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