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처가 최근 97년도 창의적 연구과제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지난 6월부터 전국의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부터 접수받은 4백13건의 연구과제 가운데 미래 원천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27건의 기술을 제1차 창의적인 연구과제로 최종 선정,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다.
선정된 연구과제 중에는 사이버휴먼의 동작제어 및 애니메이션을 비롯 나노 기억매체, 전자 증폭 마이크로렌즈 및 인쇄법을 이용한 전자방 출원, 새로운 초전도 연구 등 미래 첨단기술의 개발과제가 다수 포함돼 있는데 과기처는 이들 미 기술의 개발을 통해 기존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 오는 2000년대 미래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기술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과기처의 창의적 연구개발과제의 선정은 21세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창의적 기술이란 기존의 기술을 소화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를 둔 새로운 개념의 지식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과기처가 새로 구상한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은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고도 정보사회, 지식사회로 특징지어질 21세기는 과학기술력에 기초한 정보와 지식이 국가경쟁력을 결정짖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은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산업구조가 선진국형으로 이행되고 사회구조와 규범이 다원화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 전개에 걸맞는 창조지향형의 새로운 기술발전전략은 다른 무엇보다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기초과학 결과물이 산업화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창조적인 원천기술의 활용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의 지원제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부흥을 결정할 만한 연구과제가 해마다 많이 접수되고 있긴 하지만 프로젝트 선정이 책정된 예산에 맞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과제만보더라도 신청건수는 4백13건이지만 실제 최종적으로 선종된 과제는 27건에 불과하다. 과제선정 비율이 6.5%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선정된 과제에 대한 연구개발자금 지원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과제의 중요도에 따라 적게는 3년에서 길게는 9년까지 연간 1인당 2억원 이내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 연구프로젝트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비 지원은 우리나라 연구환경상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과기처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총화된 의지를 필요로 하며 과학, 지식, 정보의 확산과 활용을 위한 기반구축,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적적으로 미래기술에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현재 과기처가 위원회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추진기획위원회」를 미국이나 일본의 「연구재단」이나 「연구센터」처럼 상설조직으로 구성, 연구과제의 발굴은 물론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또한 외국선진국들과 같은 대열에서 미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 부문의 창의적 기술개발 투자비중을 선진국이나 경쟁국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 국민총생산의 2~3% 수준에 그치고 있는 연구개발비를 미국이나 일본처럼 7%대로 올리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5% 수준으로는 올려야 하고 이중에서도 기존 기술개량분야보다 원천기술분야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할 것이다.
창의적 기술개발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 못지 않게 민간기업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과제발굴과 함께 계획수립 단계부터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원천기술 개발과 관련해 적정이윤을 보장할 경우 민간기업의 핵심기술 참여를 자발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뿐아니라 정부차원의 부족한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과기처가 처음으로 시도한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부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관성이 있게 꾸준히 촉진되기를 거듭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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