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특소세개정 둘러싸고 업체간 신경전]

가전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특별소비세(특소세) 개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특별소비세 문제에 보조를 맞춰왔던 가전 3사가 서로간의 이해타산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전업계의 이같은 분열양상은 정부가 내년 정기국회 상정을 목표로 특소세 개정을 추진하면서 개정방향에 대한 정보가 하나 둘씩 흘러나오면서 업계간 입장에 따라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소세법은 사치성소비를 억제하고 국가재정을 위한 세수확보차원에서 제정됐지만 이미 생필품이된 TV나 냉장고 등에도 특소세가 부과돼 그동안 가전업계에서는 숙원사업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폐지를 강력히 건의해왔다.

정부가 내년 개정을 목표로 특소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동안 가전업계 공동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특소세법 개정 관련 일정은 내년 3월 연구보고서안을 작성, 5월 공청회를 개최해 여론을 수렴하고 6월 이후 단기과제에 대한 세법개정을 추진해 9월 정긱국회애 상정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체적인 과정에 앞서 정부가 특소세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생필품이 된 일반 가전제품의 특소세부과를 면제해 주는 대신 대체세원으로 현재 특소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은 PC나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에 대해 특소세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전업계의 공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

현재 가전제품이 주력인 LG전자와 대우전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가전에 비해 정보통신부문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LG전자와 대우전자측에서는 『정부의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특소세부과 검토방향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가 특소세 개정 자체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태도변화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 양사에선 정보통신기기의 경우 가전제품과는 달리 생필품의 성격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과열양상마져 일으키고 있는 휴대전화의 경우 불요불급한 생필품이 아닌 상황에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점에서 특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양사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 정부의 개정방향이 구체화되고 이에 반대하는 삼성이 본격적인 대정부 로비에 나설 경우 가전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철폐가 내년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부과는 당연히 철폐돼야 하지만 대체세원으로 정보통신기기에 특소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앞으로 국내 경제를 선도할 정보통신기기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정부의 검토 방향대로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차라리 손대지 않는게 더 낫다』라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개진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일반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부과 폐지를 실현해야 한다」라는 LG전자와 대우전자 양사의 주장과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면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라는 삼성전자의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업계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붙을 수 밖에 없는 특소세법 개정 논란은 시간이 지나 개정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에는 가전업계 뿐만 아니라 전자, 정보통신업계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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