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활기 띠는 소프트과학 응용연구

사람이 사물을 보고 느끼는 인지과정을 컴퓨터 또는 기계에 접목시키기 위한 소프트과학 응용연구가 최근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인공지능연구센터와 연구개발정보센터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숭실대, 부산대, 전북대 등 전국 주요 대학의 관련 학자들은 한국소프트과학연구회(회장 김명원 숭실대 교수)를 구성, 소프트과학 응용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보도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도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소프트과학 응용연구가 우리나라에서 활성화하고 있는 것은 과기처가 이 분야의 연구과제를 국책사업으로 지정, 오는 2004년까지 2백70여억원을 투입해 산하 출연연구기관과 주요 대학 등 관련분야 연구팀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과학은 인간 마음의 본질을 밝히고 환경과의 인지적, 감성적 상호관계를 인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종합과학이다. 특히 소프트과학은 인간과 환경간의 발전적 조화는 물론 인간의 가치 변화와 산업 변화간의 역동적 관계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어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2000년대에 정보통신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미래기술의 핵심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응용연구의 활성화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정보통신, 가전,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사용자 중심 제품개발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간보다 우수한 지능을 가진 기계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술축적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다.

해외의 경우 서방선진 7개국(G7)이 협동적으로 인지과학을 첨단과학 분야로 정해 집중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1백여개 대학과 기업체에서 인지과학전문연구소를 설립해 미래를 내다보고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유럽도 90년대 초부터 미래기술개발(FAST) 프로젝트에 인지과학 분야를 포함시켜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인간정보처리연구소를 중심으로 지난 92년부터 1백60억엔을 투입하는 등 90년대 초부터 인지과학 분야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마음과 뇌의 관계를 비롯해 신비스럽게만 생각되던 많은 현상들이 과학적으로 일부 설명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에서도 기초과정을 연구하는데 머물러 있어 연구계와 학계가 함께 추진하는 연구과제들이 확실한 성과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미래의 핵심기술로 자리잡을 소프트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제간 연구를 활성화하고 있는 것은 이 분야의 미래를 밝히는 청사진임에 분명하다.

이제 소프트과학은 첨단산업과 직간접으로 연관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은 날로 커가고 있다. 앞으로 정보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에 기반을 둔 대규모 연구과제의 경우 소프트과학이 초기단계부터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프트과학에 대한 중요성을 정부 각 부처가 인식하고 이의 연구를 진척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소프트과학의 미래를 여는 열쇠는 기초기술의 축적과 응용연구의 확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들의 연구정보을 수집 분석하고 우리의 연구개발 성과와 비교해 자가수정을 거듭하지 않고 멀고도 험한 「첨단에의 길」을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작업부터 소프트과학을 응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학계와 연구계의 노력으로 이제막 싹을 틔운 소트프과학 응용연구사업이 민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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