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포지역의 경수로 건설공사, 전자부품의 임가공 협력 등 최근 남북한간 경제산업분야 협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분단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신포지역에 남북한을 연결하는 전화선이 개설된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본사 초청으로 내한, 통일독일의 정보통신 통합경험에 관해 강연한 독일연방 우전부의 파울 라우프스 정무차관의 견해와 조언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통일 당시 정보통신 통합정책 및 시행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한 그는 강연과 다른 기회를 통해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 통일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으며 한국은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독일과 마찬가지로 남북한간 통일 및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는 정보통신망 구축이 가장 기본인 동시에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통일관련 정책 및 사업에서 정보통신사업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같이 2차 세계대전 이후 40여년 동안 국토가 분단되었다가 지난 90년 10월 통일을 이룩한 독일은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에 정보통신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모델이 되어왔다. 이 때문에 우리는 독일의 각 분야에 걸친 통독정책 및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과 연구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그같은 노력은 학술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통일독일 정보통신분야의 실제적인 경험을 더욱 구체적으로 연구해 우리의 정책 및 사업방향 설정에 활용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라우프스 차관에 따르면 독일은 통일 이후 지금까지 7년 동안에 옛 동독지역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6백억 마르크(약 31조원)를 투자해 통신망의 현대화, 동서독간 동일 지역코드체계 채택, 이동통신망 확충, 라디오, TV 송신시설의 확충 등 낙후된 통신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현재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옛 동독지역에 대한 정보자료의 부족으로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많은 난관에 부닥쳐야만 했다.
라우프스 차관의 강연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된다.
첫째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데는 단일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 점이다. 통독 이전에 미리 대비하지는 않았지만 통일되자 가장 먼저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착수하고 이의 추진을 서둘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둘째 정보통신망의 효과적 구축을 위해서는 동독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만일 독일이 옛 동독지역에 대한 충분한 자료만 사전에 확보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통합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막대한 재원의 조달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국영 통신업체인 도이체 분데스포스트 텔레콤(DBT)이 자체 자금과 융자로 비용을 충당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를 뿐 아니라 그보다 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당시 동독 주민은 60년대부터 서독의 TV를 은밀히나마 시청해왔고 상호 서신도 교환해왔기 때문에 동질성 회복을 위한 비용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게 소요되었을 것으로 믿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관련업계는 남북간 협력증대 및 통일에 대비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통신정책과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통일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각 분야의 협력확대에 따른 정보통신망의 수요는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의 통합과정을 더욱 구체적, 체계적으로 심도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독일의 여러가지 사정은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의 경우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경험을 통해 얻은 여러가지 산 교훈은 그 가치가 매우 높을 것임에 틀림없다. 라우프스 차관의 이번 강연회가 통일독일의 이 분야 경험에 대한 조사연구의 활성화를 이루고 나아가 남북한 동질성 회복 및 통일한국의 새 이정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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