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목적과 수단의 조화

明正秀 고등기술연구원 기획실장

정치, 경제, 과학기술 등 사회 모든 면에서 급속한 발전 뒤에는 어김없이 혼란이 뒤따른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진국들이 수백년 동안의 훈련기간을 거쳐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를 한국식의 급진적인 발전에 맞추려다 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고 있다. 또 우리는 이와 유사한 혼란을 최근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겪고 있다.

필자도 요즈음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 질문은 대부분 CT2는 무엇이고 CT2 플러스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달라는 등 최근 선보인 전화서비스에 관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디지털 이동전화가 더 좋다는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 전화기를 바꾸는 것이 좋을지 문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은 얼마 전까지 386.486, 또는 펜티엄급 컴퓨터를 놓고 어느 것을 구입해야 할지 망설이던 것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

혁신적이고도 급진적인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를 편리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혼란스럽게도 만들고 더 나아가 불안하게도 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시대에 뒤떨어질까 불안하고 사업자는 시장의 기선을 잡지 못할까 불안하다. 이러한 불안은 최근 이동통신분야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차량용 이동전화가 중심인 이동통신 시대에는 사용자와 사업자의 혼란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가정용 무선 전화기에서 부터 CT2, PCS, 아날로그 이동전화와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용자들이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사업자가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신제품의 기술적인 장점만 강조함으로써 사용자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빚어진 이동전화에 대한 사용자의 혼란은 배기량 기준으로 8백㏄, 1천3백㏄, 2천㏄급 승용차와 왜건형 차량 등을 늘어놓고 사용 목적에 따른 검토없이 더 넓고 안락하며 안전하다는 생산자들의 광고만 보고 어떤 차를 살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과학기술의 혼란이든 정치, 경제적 혼란이든 이를 극복하려면 목적과 수단을 조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즉 컴퓨터 통신이나 영상전화 등의 기능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PCS를 선택해야 하지만 주로 시내에서 전화통화만 하면 되는 사람은 굳이 PCS를 살 필요가 없고 CT2만으로 충분하며 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본사와 필요할 때 전화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기존 아날로그 이동전화만으로 충분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반 국민들이 이동통신의 기술적인 특징과 앞으로의 발전추세 등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가 신속 정확하게 제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통신 이용자들이 통신요금 체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통신 자원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수단과 목적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선도그룹이 형성되어 사회가 질서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올바른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동시에 언론도 상업주의를 탈피하고 선도적 계몽이라는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들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