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산감리제 발전 방안 마련 시급

공공부문의 정보화 투자가 민간부문 못지않게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해 2000년까지 약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하는 등 국가정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나 소프트웨어(SW)업체들은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 기간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이나 정보인프라 구축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나 시스템 엔지니어들을 대거 투입해 사용하기 편리하고 보안성이 높은 시스템을 설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국가 정보화 프로젝트에 특별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국가정보화 프로젝트가 단지 회사의 이익 창출에 기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 정보화가 제대로 추진돼야만 비로소 정부가 추진중인 정보화 관련 제반정책이 온전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미래 정보사회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지만 SI업체들이나 SW업체들이 이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예산부족, 전담 사업자의 시스템 개발인력 부족, 사업자들의 덤핑행위 등의 여러 요인으로 국가정보화 프로젝트는 항상 부실화 우려를 안고 있다.

게다가 정보시스템의 설계, 개발 업무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정보기술(IT) 환경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추진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같이 빠른 기술흐름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공들여 개발한 정보시스템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새로운 컴퓨터 환경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일어날 가능성 또한 크다.

특히 최근들어선 SI업체들이나 SW개발업체들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보화 프로젝트에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들 업체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한 경우 당초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했던 업체가 시스템 개발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하청업체들이나 SW 용역개발업체들에 핵심적인 부분을 떠맡기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이같은 제반요인 때문에 최근들어 정부 및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산감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들은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보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산감리 전담기관인 한국전산원에 정보시스템의 기획, 개발, 운영 등과 관련해 전산감리를 의뢰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한국전산원의 정부 및 공공기관에 대한 전산감리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 87년부터 94년까지 총 38건에 불과했던 전산감리 건수가 지난 95년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95년에 32건, 96년에 65건 등으로 매년 배이상 격증했으며 올들어선 10월 말 현재 70여건을 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전산원측은 올 연말까지 공공기관의 전산감리 실적건수가 1백건을 상회할 전망이며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의 전산감리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감리예산을 별도로 확보하지 못해 개발사업비에서 감리비를 충당해왔으나 내년부터는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감리비 항목이 새로 추가되기 때문에 전산감리부문에 대한 예산배정이 현재보다 훨씬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전산감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전산감리 인력은 태부족인 상태다. 한국전산원은 부족한 전산감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이달부터 전산감리 인력양성 교육과정을 신설하는 등 대응책를 강구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치유책은 못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공인회계사회, 정보통신기술사협회 등 관련 기관들이나 SI업체들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전산감리를 한국전산원뿐만 아니라 민간기관이나 업체에도 대폭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 펼치고 있다. 정보통신부 역시 급증하는 전산감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한국전산원의 인력만으론 힘들다는 판단 아래 전산감리제도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감리업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전향적인 전산감리제도의 발전방향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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