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유럽시장에서 수출모델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국산 대형제품의 설 자리가 좁아 초기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유럽지역의 소비자들은 대체로 중소형 가전 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절약 의식은 강해 좀처럼 대형제품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비행태는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또 유럽지역의 가옥구조가 대체로 붙박이(Built-in) 가전제품을 사용하기 편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도 대형 제품에 대한 수요를 억제시키고 있다. 붙박이 가전제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은 가로와 깊이는 물론 높이까지 한정됐는데 냉장고의 경우 4백50ℓ급, 세탁기는 5㎏급 이상을 넘으면 곤란하다.
품목과 나라마다 다르지만 유럽지역에서 붙박이 가전시장의 규모는 전체 시장의 30∼40%를 차지한다. 특히 국산 세탁기는 아래위로 빨래감을 넣고 빼는 방식이어서 드럼세탁기가 유리한 유럽 붙박이 가전시장에 전혀 진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가전업체들은 붙박이 가전시장을 포기하고 일반 거치형 시장을 겨냥해 대형 제품의 출시를 강화할 방침인데 이 또한 현지에서의 낮은 브랜드 지명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 소비자들은 현지 로컬브랜드를 주로 찾는다. 아직 저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씻지 못한 국산 가전제품이 브랜드 지명도가 높은 현지 로컬 브랜드를 제치고 시장을 뚫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 우리보다 브랜드 지명도가 나은 편인 일본 가전업체들도 밀레를 비롯한 현지 브랜드에 밀려 유럽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그 결과 올 하반기부터 유럽시장에 대형제품을 출시해 수출 활로를 찾으려던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출 전략은 초기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가전3사는 일부 남부 유럽지역을 제외하고 유럽시장에 대형 제품을 거의 출시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가전3사는 최근 유럽시장에서의 모델 대형화 전략을 일부 수정하고 나섰다. 당분간 서유럽 지역에는 대형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남유럽과 동유럽 지역에 집중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높인 후 서유럽시장에 우회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서유럽시장은 향후 시장을 겨냥해 현지의 가전전시회에 디자인 등을 개선한 대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품,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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