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영화제작자들이 일본영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화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국내외에서 열리는 영화견본시의 일본영화 창구를 찾는 국내 영화사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일본영화의 수입개방에 대비해 판권을 미리 구입하거나 반짝흥행을 노려 일본영화로부터 소재와 구성을 빌린 아류작을 제작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비롯,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들과 「공각기동대」 「에반겔리온」 등 일본 애니메이션 히트작은 영화를 포함한 「올 라잇(All-Right)」판권이 이미 D사, Y사 등 발빠른 업체들에 의해 계약이 끝난 상태다. 올 상반기에는 불륜의 사랑을 그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일본 극영화의 원작소설 판권을 한 중소영화사가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제작자들이 일본영화에 몰리고 있는 이유는 우리 관객들의 입맛이 이미 TV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영화에 길들여져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흔히 저패니메이션으로 불리는 일본 만화영화는 TV시리즈 「우주소년 아톰」을 시청한 성인층부터 「드레곤볼」에 중독된 청소년까지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산업적인 시각에서 일본 만화영화를 분석한 「저패니메이션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가 출간돼 영화산업 종사자들에게 필독서가 될 만큼 일본영화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 국제영화제에서도 일본 극영화의 흥행잠재력은 입증되고 있다. 작년에 열린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메모리스」가 개막작품이자 칸영화제 수상작인 「비밀과 거짓말」보다 훨씬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 18일 폐막된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일본영화 전작품이 매진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특히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불꽃)」와 소재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은 「비밀의 화원」의 경우 젊은 관객들의 높은 반응을 받은 작품으로 손꼽혔다.
게다가 일본영화의 아류작들이 국내 영화시장에서 히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영화제작자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101번째 프로포즈」부터 청춘물 「체인지」까지 일본영화를 거의 베끼다시피 한 작품이 많다는 것은 영화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접속」도 한때 일본영화 「하루」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샀다. 영화사측의 해명으로 표절시비는 확산되지 않았으나 PC통신을 이용한 사랑얘기가 일본에서는 이미 진부한 영화소재라는 것이 드러났다. 일본영화나 TV드라마에서 아이디어를 빌리거나 시나리오를 모방하려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본영화를 관람한 한 영화관계자는 『표현방식과 대사가 신선했으나 작품성이 우리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고 평하면서 『일본영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열광은 수입이 불가능한 작품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언론의 과대포장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작자들의 수입붐과 관객들의 이유없는 일본영화 선호가 맞물려 자칫 수입개방 후 일본문화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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