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화합물 반도체 개발과 인프라 구축방안

金東柱

78년 제14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79년 부산대 전기, 기계공학과 졸업

90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제2대학 전자공학 석사

92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94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제2대학 전자공학 박사

80∼83년 과기처 원자력국

95∼96년 과기처 기술인력국 서기관

96년∼현재 과기처 인력계획과 서기관

명지대대학원 전자공학과 겸임교수

지난해 초 정부의 한 국책연구기관은 2000년대 우리나라가 영국을 제치고 세계 제7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장미빛 경제전망을 하여 우리 모두를 들뜨게 한 적이 있다. 당시의 순조로운 수출은 우리나라가 단번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것 같은 착각에 빠지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기도 전에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발단은 메모리 반도체가격의 폭락 때문이었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급기야는 경제구조 자체의 고질적인 비효율성에 대한 자아비판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켜 대대적인 감량경영과 대량 명예퇴직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렇듯 단일품목의 가격변동이 우리 경제를 이렇게까지 뒤흔든 일은 없었다.

우리나라가 과거 이룬 경이적인 경제성장은 수출이 잘됐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총수출의 18%를 차지하는 제1 수출품목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60년대 중반 기초 기반기술이 거의 없는 단순 생산, 조립단계에서 출발해 90년대 들어 세계 D램 생산의 30% 이상을 한국기업이 생산할 정도로 발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반도체 생산국이 됐다. 우리나라 반도체 제품의 90% 이상이 메모리 제품이고 생산의 90% 이상을 수출하면서 총수요의 7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그리고 재료와 반도체 생산장비의 92%를 해외에 의존하고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기업이 꾸준히 쌓아온 메모리 반도체 D램의 생산기술은 86년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1MD램 개발, 90년 16MD램, 94년 256MD램 개발 등 자체 기술을 확보, 세계적 우위를 갖게 됐다. 그러나 최근의 반도체시장 상황은 메모리 생산기술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21세기 정보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메모리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우위를 유지하면서 비메모리 기술 개발, 확보에 주력해 균형된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비메모리 주문형 반도체(ASIC)는 80% 이상을,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등 비메모리 기술수준이 취약한 실정이다. 비교적 우위를 갖고 있는 D램 메모리 생산기술은 실리콘(Si) 반도체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이지만 비메모리 기술은 화합물 반도체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이다. 앞으로 우리가 개발, 확보해야 할 기술은 화합물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임은 논란할 필요가 없다.

진공관은 진공 속에서 전기장으로 전자를 조정한다. 이렇게 전자의 흐름을 전기장으로 조절하는 장치를 전자소자라고 부른다. 반도체는 도핑(Doping)을 통해 전기적 기능을 조정한다. 특히 반도체내의 에너지 밴드갭은 전자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밴드갭이 반도체 소자의 특성을 결정하게 된다. 반도체에 전자가 흐를 때 전자와 격자 사이에 마찰이 존재한다. 반도체가 전자소자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자의 속도를 높이고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는 전기장의 변화를 빠르게 하며 전력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실리콘, 게르마늄(Ge) 등 원소반도체는 특정한 밴드갭만을 갖고 있다. 때문에 개발과 활용 폭이 주어진 밴드갭 범위내로 한정되는 원천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반면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이나 게르마늄과 같은 원소 반도체와 달리 2개 이상의 원소가 화학적 결합으로 구성된 반도체로 일반적으로 Ⅲ-V족인 GaAs, AlGaAs, InP 등을 말하며 Ⅱ-Ⅵ족 MCT(HgCdTe:적외선 디텍터) 등을 가리킨다.

또 화합물 반도체는 조성비를 조정하면 격자상수가 단조 변화하는 화합물 합금이 된다. 격자상수의 변화는 밴드갭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원하는 소자를 폭넓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화합물 반도체는 원소반도체의 전자전달 특성의 한계를 극복한 고속소자, 빛을 정보 캐리어로 하는 광전소자, 양자기능을 유지하는 양자기능소자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파장, 작동 속도에 따라 적절한 소재가 사용된다. 현재 장거리 광통신에는 InP, 단역 광통신에는 GaAs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생산기술면에서 메모리 소자와 유사점이 많으나 소재, 설계, 공정 기술면에서는 상이한 요소를 갖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로 소자를 제작할 경우 특히 중요한 필수공정은 에피 성장공정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에피기술은 LPE(Liquid Phase Epitaxy) VPE(Vapor Phase Epitaxy) MOCVD(Metalorganic Chemical Vapor Epitaxy) MBE(Molecular Beam Epitaxy) CBE(Chemical Beam Epitaxy) 등이 있다. 이러한 에피성장 기술과 장비는 양자 우물구조나 초격자 구조의 생성, 제작을 가능케 했다. 최근에는 에피성장 작업 이전에 패턴을 먼저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공정이 간소화됐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선택적 에피 성장법과 비평면 성장법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들은 성장변수를 적절히 조절해 한번의 작업으로 원하는 구조를 얻을 수 있어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택적 에피성장이란 반도체 기판 위에 절연막을 입힌 후 포토리소그라피(Photolithography) 공정을 통해 절연막을 선택적으로 제거한 후 필요한 부분만 에피층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장비로는 MOCVD, MBE, CBE 등이 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 고속도로(Information Highway) 건설」은 전세계에 정보화 붐을 촉진시키고 있다. 21세기는 다량의 정보를 보다 빠르게 입수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가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기기와 고속정보처리장치는 미래의 주요한 핵심산업이 될 것이며 이의 핵심소재인 화합물 반도체기술은 고속 정보, 통신 및 정보사회의 필수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70년대부터 고도 정보사회에 대비, 화합물 반도체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양성과 투자확대를 통해 기술축적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대학과 기업에서 단편적 분산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추진된 사례가 없다.

PCS 등 디지털 무선통신시장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현재에도 통신장비의 핵심부품인 화합물 반도체 칩은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정보화 사업추진은 정보통신산업의 발전보다 오히려 수출역조를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될 수도 있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고속 무선통신, 고속 광통신, 고밀도 광 메모리, 평면형 디스플레이 등 핵심부품은 모두 화합물 반도체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세계 정보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합물 반도체기술 확보와 연구기반 육성은 필수적 선결과제다. 반도체산업을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으로 육성, 세계시장에서 그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균형된 기술확보와 반도체산업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화합물 반도체기술 개발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된 반도체 소자 연구기기들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여 이를 상호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화합물 반도체장비는 고가이어서 국내 연구여건을 고려할 때 특히 대학의 경우 영세해 자체적으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연구장비 확보의 영세성은 연구의 질을 떨어뜨리고 연구의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즉 창의적인 연구과제는 있으나 이를 위한 연구인력, 연구장비, 연구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연구테마가 사장되거나 연구의 적시성을 놓칠 수밖에 없다.

또한 고가의 연구장비는 유지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고가의 장비를 다행히 보유한 기관이라도 한정된 재원과 소수의 연구인력으로 장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가의 우수한 성능의 장비들을 국가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측면에서 공동 활용토록 유도하고 필요시 공동 연구의 장을 마련하여 연구장비의 가동률을 극대화하여 연구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과학재단의 연구지원센터 기능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등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산업은 D램과 비메모리 생산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일본이 세계 D램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D램을 포함한 메모리 제품은 자국의 반도체 총생산의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화합물 반도체의 비메모리 제품이다. 일본의 반도체 기술개발 전략은 단순한 자금지원 형태에서 벗어나 대학의 연구결과를 업계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 이전, 활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의 연구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FED(Research and Development Association for Future Electron Device)를 구성하여 산, 학 컨소시엄 형태로 기술개발을 추진했다.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경쟁력 우위확보를 위해서는 차세대 제품의 조기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메모리 제품생산에 치중한 단기적인 전략에서 탈피하여 화합물 반도체 중심의 비메모리 설계 전문인력 양성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화합물 반도체기술 개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대학과 업체의 화합물 반도체기술 개발 컨소시엄 구성과 산, 학 협동연구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개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업체간 공동개발 및 공동투자가 가능한 컨소시엄 구성을 활성화하고 업계와 대학이 협력하여 필요한 핵심기술을 적기에 개발하는 산, 학 협동연구 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단일 표준품목의 대량 생산구조를 21세기 정보시대의 수요에 부응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구조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설계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기술개발 투자를 대학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상용제품 기술개발에, 대학은 기초, 기반 기술개발에 비중을 두어 기술개발 주체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담하여 불필요한 경쟁적 중복투자를 피하고 시간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기술개발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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