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전자, 정보통신 산업계의 흐름을 보면 온통 정보통신분야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휴대전화에 이어 이른바 2.5세대 휴대전화로 불리는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와 이와 관련된 단말기시장에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풍처럼 번졌던 인터넷 바람이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열기가 이제는 새로운 정보통신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정보통신 서비스는 물론 국제전화나 시내, 외전화 등 통신서비스분야가 유망업종임은 분명하다. 통신서비스가 지닌 사업의 안정성과 함께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성을 담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단말기분야 역시 급성장하고 있고 이같은 내수부문의 시장형성을 토대로 앞으로 수출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산업은 가장 매력적인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정보통신분야의 참여열기가 특정 분야의 서비스나 품목에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신망 등 정보인프라 구축에 수십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서비스 사업자당 수천억원에 이르는 가입자 보전금을 지불하기 위해 재원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정보통신부문의 막대한 투자열기가 국내 전체 전자산업의 현상황을 파악할 때 우선순위 면에서 과연 시급한 현안과제인지, 편중적인 투자가 아닐지 우려되는 것이다.
물론 최근 정보통신분야의 이같은 참여열기를 중복투자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만 속단할 수 없다. 선진국에 비해 정보화 수준이 턱없이 낮은 우리의 현실에서 스스로 장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미래 정보사회를 여는 핵심 인자로서 정보통신산업에 다수의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출현한다면 선진국의 시장개방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정보통신분야의 관심이 서비스 산업에 너무 치중해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보급률이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입자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통신서비스 열기가 일시적이거나 과도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 또한 특정 서비스의 경우 사업 초창기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는 사례도 일시에 너무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정보통신분야의 보다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은 서비스 발전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산업 육성, 그리고 경쟁력을 지닌 하드웨어의 기술개발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전자분야는 물론 통신, 컴퓨터 등 분야별 고유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선 특정분야의 기술에만 의존하거나 고유의 영역 지키기를 고집할 경우 선진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영원히 낙오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정보사회의 개막을 앞두고 세계는 지금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를 겪고 있다. 기술패권주의로 무장한 선진국들은 시장개방 압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고 후진국들은 이의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선 보다 균형잡힌 산업발전으로 미래 정보사회에 대비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서비스산업 발전과 함께 기초기술분야의 연구개발 체제, 이를 위한 연구인력의 양성, 선후발 분야의 균형적인 발전 등 보다 균형잡힌 전자, 정보통신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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