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능력 초당 1조 플롭스 초고속 슈퍼컴 「야누스」 개발

(시카고=이정태 통신원) 기존의 수퍼 컴퓨터를 넘어 4차원적 실험이 가능한 초고속 수퍼 컴퓨터가 개발됐다.

미국 자원부 부설 국립 산디아 연구소가 반도체업체인 인텔과 손잡고 제작한 새로운 수퍼 컴퓨터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상태로 한층 더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 최고 빠른 수퍼 컴퓨터로 부상한 이 컴퓨터의 이름은 「야누스」. 84개의 플래스틱 라커 모양을 한 회색 캐비닛 같은 모습의 야누스는 9천72개의 펜티엄 프로 프로세서가 입력되는 정보를 처리한다.

올 여름에 개발이 끝난 야누스는 일반 수퍼 컴퓨터가 한번에 인식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1초당 1조 플롭스의 수학적 작동능력을 갖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계산을 하기 위해 내뿜는 엄청난 양의 열을 식히기 위해 큰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냉각 시스템의 소음은 야누스의 엄청난 노동량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퍼컴퓨터는 1초당 얼마나 많은 수학적 계산을 해낼 수 있느냐로 측정된다. 최근 몇 년사이에 1초당 1백만플롭스 단위의 수학적인 계산을 하던 컴퓨터는 최근 10억플롭스의 처리능력을 가진 컴퓨터로 바뀌었다. 이어 나온 야누스는 세계 최초로 초당 1조플롭스대 처리능력을 가진 컴퓨터로, 정보처리 능력에 있어 컴퓨터 과학의 질적인 도약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자원부내 연구소는 수 년안에 야누스의 성능과 비슷한 2개 이상의 신형 수퍼 컴퓨터를 더 제작할 계획이다. 이밖에 실리콘 그래픽스사와 IBM이 만든 수퍼 컴퓨터가 각각 국립 연구소에 설치됨으로써 야누스를 비롯한 3개의 대형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오는 2005년까지 현재보다 1백배 정도 더 빠른 컴퓨터가 나오고 2010년까지는 1천배 가량 빠른 수퍼 컴퓨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초당 수 천조플롭스의 속도로 움직이는 컴퓨터의 등장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 컴퓨터를 통해 과학자들은 시뮬레이션을 보다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어 실제와의 차이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산디아 연구소 관계자들은 사실상 지금도 속도가 훨씬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지만 비용 문제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누스의 경우 제작 비용이 5천5백만달러에 이르렀지만 10년 후 제작 비용이 줄어들면 유사한 수퍼 컴퓨터도 상당수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야누스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모의실험을 정교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 폭발실험, 핵융합 반응, 미사일 충격의 정도, 혜성과 지구와의 충돌 등을 모의실험할 수 있다.

산디아 연구소의 이사인 윌리엄 캠프 박사는 『이같은 기능 향상은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다.

컴퓨터를 통한 2차원적인 실험은 보편화됐다. 그러나 3차원적인 실험을 부가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기능의 대폭적인 향상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3차원적 실험도 이미 수행된 바 있지만 4차원적인 작업은 가장 뛰어난 컴퓨터에게도 벅찬 일이라고 지적한다.

1970년 수퍼 컴퓨터는 1천개의 원자로 구성된 물질을 10억분의 1초에 측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지금 최신 수퍼 컴퓨터 야누스는 1백만초 단위에 1억개의 원자를 측정할 수 있다. 야누스는 당초 현실 세계에서 환경 파괴나 정치적인 위험 때문에 추진하기 힘들었던 핵실험용으로 고안된 계획이었다.

캠프 박사는 『야누스를 통해 우리는 처음으로 4차원적인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진정한 질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무기 실험도 실제 시험을 대체할 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산디아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야누스를 통해 탄도탄의 효과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모의 실험에서 탄도탄의 파편들을 검토, 미사일이 정확하게 설계됐는가를 확인한다. 야누스를 통해 과학자들은 그들이 세운 이론의 결과를 이전에는 기대할 수 없었을 만큼 정확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야누스가 무기 과학에만 이용되는 건 아니다. 이름처럼, 분류된 일외에 분류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활용된다. 과학자들은 야누스를 통해 핵융합 실험에서 초당 분석을 더 나누어 정교하게 해 볼 수 있다. 또 지름이 1마일의 10분의 6정도 되고 무게가 10억톤 정도 되는 혜성이 지구대기에 들어와 충돌했을 때 대기의 증발량이나 파도의 변화 등을 분석할 수도 있다.

산디아 연구소 소속 물리학자 마크 보슬로 박사는 『이런 실험을 내가 직접 목격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러한 모의 실험은 다른 수단으로서는 전혀 할 수 없었던 물리학적인 연구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1조플롭스 정도의 속도에서 진행되는 모의실험 방식은 과학의 새로운 접근 방법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실험가이거나 이론가에 그쳤지만 작금의 컴퓨터 과학은 제3의 방식을 성립시킬 것』이라 말하는 보슬로 박사는 이러한 방식이 다른 여타 분야에서도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초고성능 컴퓨터의 부품이 원자 정도로 작아지면 제작면에서 한계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또다른 한편에서는 그 이상의 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어쨌든 야누스와 같은 초고성능 수퍼 컴퓨터의 등장이 새로운 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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