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화제] 사자성어식 서명 인기

사대천왕, 천기누설, 쾌속질주...

최근 서술식 일색의 제목을 달고 있는 컴퓨터 서적에 홍콩영화에서나 봄직한 사자성어들을 사용하는 책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컴퓨터 서적은 「∼ 무작정 따라하기」 「∼ 일주일만 하면 ∼만큼 한다」 「가장 쉬운 ∼」 등 나열식으로 쉽고 단순한 이미지를 부각시켜온 것이 하나의 흐름. 컴퓨터 하면 어렵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략하면서도 의미를 함축한 사자성어를 사용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

컴퓨터 서적 전문 출판사인 대림출판사는 최근 「天機漏洩 한글 비주얼 베이직」을 발표해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 한글 비주얼 베이직 매뉴얼인 「천기누설 ~」은 웹 페이지를 동적으로 만들기 위한 액티브 x컨트롤의 개발도구 비주얼 베이직 매뉴얼이다. 또 이 프로그래밍 언어는 배우기 쉬우면서도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상태.

서명을 천기누설로 지은 것도 까다롭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프로그래밍에 대해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같은 값진 정보를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서적 기획사인 다나기획도 최근 컴퓨터 입문서인 「한글 윈도우 95」를 출간하면서 서명을 「快速疾走」로 결정했다. 초보자들에게 쉬운 환경이라고는 하지만 알수록 어려운 한글 윈도95 환경을 빠르게 익힐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더욱이 한글 윈도 관련 매뉴얼 중에서 가장 쉽고 단순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은 서명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습서와 컴퓨터 서적을 출간해내는 (주)교학사도 컴퓨터 초보자용 입문서 「컴퓨터 四大天王」을 발표했다.

윈도95와 한글96, 엑셀97, 통신과 인터넷 등 컴퓨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주제들을 다룬 이 책은 원하는 아이템별로 학습할 수 있게 내용을 구성하는 등 초보자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4개의 부문으로 다루고 있다.

이처럼 최근 컴퓨터 서적에서 사자성어의 제호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책의 내용을 4자의 한자만으로 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 비해 간단하고 쉬우면서도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는 의미를 쉽게 전달 가능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쾌속질주의 경우처럼 단어 자체만으로도 빠르고 명쾌하다는 의미를 줌으로써 다른 책에 비해 돋보인다는 장점도 제공한다.

「한글 비주얼베이직」이나 「한글 윈도95」의 사례에서는 동종매뉴얼이 수십여종에 이르는 영어 일색의 컴퓨터 서적 매장에서 한자제호 자체만으로 경쟁서적에 비해 「돋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컴퓨터 서적명이 잇따라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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