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지상파 TV방송 표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자체적인 디지털 방송규격의 표준을 만들어 전략 프로젝트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개발일정을 잡아놓고 표준방식 선택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서고 있다.

방송, 통신, 컴퓨터의 융합을 실현할 디지털 지상파 TV방송의 실현은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대변혁은 물론 멀티미디어 대국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3월 구성돼 우리나라의 디지털 지상파 방송방식 및 전환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의회가 지난 19일 공청회를 갖은 것도 지상파 방송의 수준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보장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표준방식을 선택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는 우리의 지상과제나 다름없다. 디지털 TV방송은 양방향화, 다채널화, 고기능화에다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세계방송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94년 위성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 미국은 오는 98년에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를 시작하고 2006년에는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은 디지털 방송규격를 완성해 놓고 있으며 일본도 70채널의 디지털 위성방송의 시작과 함께 방송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9월까지 방송방식을 확정해 99년 12월까지 디지털 방송관련 핵심기술 개발하고 디지털 송수신기 시험을 거쳐 2001년초 디지털 정규방송을 개시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이다. 미국방식과 유럽식 사이에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지상파TV의 국내표준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KBS, MBC, SBS 등 방송3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업체들도 미국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이의 채택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같은 협의회 참가업체들이 미국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안전성, 연계성, 투자효율, 서비스시기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는 몇가지가 전제돼야 할 게 있다. 세계적인 기술동향의 수용과 다른 미디어와의 상호 운용성 확보는 물론 고음질, 고화질 데이터서비스 기능이 확보돼야 한다. 또 전파자원의 재분배와 방송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디지털 방송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유선)과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무선), 디지털방송, 멀티미디어서비스 등의 통합으로 나타날 정보혁명의 한축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며 MPEG특허료와 미국과 유럽 방식별 특허료 등 기술에 대한 대가요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 디지털 지상파TV의 국내표준으로 미국방식이 확정될 경우 LG전자에 인수된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제니스사가 VSB송수신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업체들이 미국방식을 수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정업체가 독점적인 특허권을 행사함으로써 디지털 TV수상기를 생산판매할 경쟁업체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의 문제는협력과 경쟁의 관계를 깨지 않는 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타협점을 찾아야 할것이다.

어차피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수상기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방식과 유럽방식을 모두 개발해야 한다. 미국방식의 경우 오는 98년부터 디지털 수상기 수출이 이뤄져 2000년에는 5백만대, 2002년에는1천7백만대, 2008년에는 3천만대의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고 유럽방식의 디지털TV는 2004년에나 5백만대 수요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초기시장에서는 미국방식의 수상기가 수출확대에 다소 유리하다는 전망이나 정착기에 들어가면 유럽방식의 제품도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이 개시되면 다양한 채널을 메워줄 영상소프트웨어물의 부족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 콘텐트의 범람을 막지 못하면 문화적인 종속을 벗아날 수 없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시스템 개발과 함께 다양한 콘텐트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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