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동통신 독자기술 확보 급하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매년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89년 이후에는 전년도 누계 가입자의 1백%를 상회하는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4백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다. 이같은 성장세는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의 인하와 서비스의 다양화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05년에는 유선계와 무선계의 비율이 동일한 수준에 달하리라는 예측이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이와 같이 놀라운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94년의 제2 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 기술방식 채택에서 올바른 판단이 그 기초가 되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의 기술방식을 놓고 벌인 정보통신부(옛 체신부)와 통상산업부(옛 상공자원부)의 대립은 업체 선정 못지않게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통상산업부는 조기 수출산업화 차원에서 시분할다중접속(TDMA) 방식을 내세운 반면 정보통신부는 기술적인 측면을 더욱 중시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기술채택의 타당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보통신부가 주장한 CDMA방식이 채택돼 최초의 상용화라는 의미와 함께 과오없이 가입자 확보와 증대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의 앞길에 가로놓여 있는 퀄컴과의 특허관련 사항이 큰 장애로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퀄컴의 높은 로열티 요구와 94년 선정 당시 참여했던 업체 이외에 신규로 참여를 원하는 업체에 대한 제약이라는 지적이다. 신규로 CDMA단말기 제조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3백만달러 규모의 기술특허료를 지불하고 단말기 판매에 따른 일정액을 추후에 지속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시장참여를 포기해야 하며 수출시에도 국제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 단말기를 생산하는 중소 5개 업체가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한 후에야 참여가 가능했던 사례가 이를 입증해준다.

이동통신 기술은 개발 이후 상용화까지 검증기간이 길다는 특성을 감안할 때 퀄컴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이동통신서비스시장에 기술도입 다원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무선데이터통신과 주파수공용통신분야(TRS)로 신규로 서비스에 나서는 업체들이 단일 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TRS의 경우 모터롤러와 지오텍사의 기술이 도입됐으며 무선데이터통신에서도 에릭슨과 모터롤러의 기술과 장비 도입으로 다원화체제를 이루었다. 또한 무선호출기 서비스 수준을 한단계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양방향 무선호출서비스에서도 모토롤러와 GWcom사의 기술도입이 추진되고 있어 상호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이동통신분야에서 모토롤러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특히 무선호출기시장에서는 더욱 확고했다. 이런 모토롤러의 위치를 감안할 때 TRS가 벤처기업인 지오텍사나 GWcom사의 기술을 도입키로 한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각오한 결단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CDMA 기술보유사인 퀄컴도 국내에 기술을 제안할 당시에는 벤처기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다원화 체제구축은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은 규모에서는 세계 7위에 올라있으나 기술면에서는 외국업체의 대리전 시장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 각국은 오는 2000년에 1백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동통신 및 관련기기 시장선점을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국제여건에 대응하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외국업체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통신정책이 특정 업체의 입김에 좌우되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될 것이다.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정부와 업체가 힘을 합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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